“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심판과 경기임원진을 대표해서, 공명정대하게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존중하며 스포츠정신을 실현하겠습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복싱의 미크 바시 심판이 모든 종목의 심판을 대표해 낭독한 선서문이다. 그런데 이 선서는 최근 우리사회에서 ‘2012년 최고의 거짓말’로 통한다. 바로 석연치 않은 오심 때문이다.

박태환(수영) 선수의 부정출발 판정이 비디오판독으로 번복될 때만 해도 런던올림픽의 오심은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조준호(유도) 선수의 ‘뒤바뀐 점수’에다, 신아람(펜싱) 선수의 ‘멈춰버린 1초’까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올림픽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는 좌절했고, 경쟁을 펼친 상대선수는 당황했으며,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은 실망했고, 일부 심판들마저 발끈했다.

심판은 경기에서 반칙, 승패 등을 판가름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공명정대해야 하고, 냉철해야 하며, 신중해야 한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심 하나가 경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재미를 반감시키며, 심판진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장애인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직원으로서, 이번 런던올림픽의 오심논란을 보며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되돌아봤다.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이 늘 오심을 경계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 사회에서 공직자들 또한 늘 부정부패를 경계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사회 곳곳에선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심심치 않게 드러난다. 그 유형도, 주체도 무척 광범위하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행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공익을 반감시키며, 공직자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사회에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뿌리 깊은 관행에서 찾을 수 있다. 급격한 산업발전 속도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문화 속에서 싹튼 관행이 깊이 뿌리내려, 부정부패라는 썩은 열매를 맺은 것이다. 관행의 뿌리가 깊은 만큼 부정부패가 잦아지고, 국민의 불신 또한 깊어지는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을 끊기 위해 공직사회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행의 뿌리를 뽑아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실제 겪을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반부패 청렴교육을 정례화하고, 부패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하며, 자율적인 점검체계를 다듬는 등. 이를 토대로 공직자로서 공명정대하게 임무를 다해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교육, 제도개선, 점검체계 등으로 관행의 뿌리를 뽑아내긴 쉽지 않다. 공직자 개인의 혁신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가 발각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안일한 마음가짐부터 근본적으로 고치고, 이를 토대로 교육, 제도개선, 점검체계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비로소 관행의 뿌리를 뽑아내고 반부패 청렴문화를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런던올림픽은 마무리됐다.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모습은 기록적인 열대야를 잊게 해줬다. 그러나 오심의 여운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다.

오는 8월 29일부터 펼쳐지는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는 이러한 오심논란이 빚어지지 않길 바란다. 스포츠경기에서 어떤 심판이 배정되는가에 따라 특정 팀의 유·불리를 따지는 '촌극', 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른 공직자가 안일하게 대응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공직자에게 '신독'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박병일 홍보협력실장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를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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