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만사(萬事)다. 누구나 아는 이 만고의 진리는 가끔 상황에 따라 자주 왜곡되곤 한다. 원래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누구나 쉽게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임에도 불구하고 늘 인사는 망사(亡事)로 끝나기 일쑤이다.

지금 장애계는 이 만고의 진리인 인사문제로 시끄럽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 새 이사장에 양경자 전 국회의원이 임명된 것을 두고 장애인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단 이사장 인사에 있어 장애 당사자 배제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본인도 맞다고 본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때가지는 늘 분열과 반목으로 장애인 당사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그 속사정은 어떻게 되었던 매우 이례적으로 장애계가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퇴진운동의 물결은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단순히 장애인 기관의 대표선임 문제로만은 볼 수 없다. 이 사건은 장애계에도 이명박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애계는 향후 장애인 운동의 방향성과 장애인 단체가 어떠한 관점으로 정부정책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며, 정부는 향후 장애인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장애계의 민심읽기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장애인계가 양경자 신임 이사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당사자성, 전문성, 정치적 개입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유는 세 가지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장애인 당사자주의’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 지금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 단체들은 심사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으로 능력을 검증받을 수 없는 당사자가 아닌 비장애인이 선출됐으므로 장애인계의 상징적 기관인 공단의 이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가장 지배적이다. 그래서 지금 장애인 단체들과 정부는 싸우고 있다. 장애계 민심을 제대로 못 읽어 장애계의 분노를 산 정부가 우선 가장 큰 문제이며, 실제로 인선 전(前) 움직여야 할 때는 침묵하고 이익이 있을 때에만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이는 장애계도 문제다.

장애인계에서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대상화된 장애인의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의미가 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즉 장애인을 배제하고 장애인의 문제를 결정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모든 운동에서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주의는 잘못 해석되어 결정적인 자기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측면도 부정 못할 사실이다.

일본의 토요타 마사히로는「당사자환상론」이란 그의 저서에서 당사자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잘 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장애인을 고립시키는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주의라는 말 자체가 환상이라고 말하며, 당사자주의는 자기결정권 정도의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한 것이라고 보았다. 때문에 특정 집단에게만 ‘당사자성’이라는 권위를 부여하게 될 경우 당자사주의는 문제의 사회성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좀 다르게 보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주의는 장애인 당사자라는 말 그 자체와 엄격히 보면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서비스 주도권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서 우리 장애인은 매우 중요시하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의 정확한 의미는 생물학적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보여 지며, 이 말의 더 정확한 의미로서는 장애인 당사자주의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장애인 당사자주의는 이념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으로서, 장애인이 장애인 문제의 모든 것에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나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장애인의 삶 그 자체의 어려움이나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및 서비스 주도권, 모든 장애인관련 정책이나 제도 그리고 장애인 복지문제의 중심에 장애인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 중심에서 사고하고 장애인 권익옹호라는 문제의 본질을 함께 논의하며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다 포괄할 때 진정한 장애인 당사자주의는 실현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렇게 될 때, 장애인 당사자주의의 격과 질을 더 한층 높일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확대된 사회통합이론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논의는 이번 공단 새 이사장 인선문제와는 별 관련은 없지만 장애인계의 반성도 먼저 선행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이 운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당이 다르다고, 아니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전문가주의를 표방했든 장애인 단체가 당사자주의에 합류했다면 먼저 쪼개진 단체들부터 합하고 이 퇴진운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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