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오세훈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오 시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아스팔트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나는 지난 글들을 통해서 시설장애인 분들에게 행복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서 시설의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유독 시설장애인 한분만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시설의 입장만을 이야기 한다. 난 그 분의 말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존중하겠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행복하시다고는 했는데 무엇이 어떻게 행복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쓰기 전날, 하루종일 마로니에공원에서 그분들과 함께 있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도 보였지만 이내 웃음을 보인다. 지난 글에 어떤 분이 댓글을 통해 ‘개고생’이란 말을 썼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분들 입장에서 이런 개고생을 하면서까지 시설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시설은 분명 장애인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준다. 때 되면 목욕도 시켜준다. 또 때가 되면 소풍도 보내준다. 24시간 케어해주고 자원봉사자가 오면 때론 외출도 시켜주는데 뭐가 불만이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도 그런 대접은 받는다.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애완동물을 그렇게 대접한다. 그들은 자신의 애완동물을 사랑으로 보살핀다. 아프면 약 먹이며 오랫동안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애완동물을 학대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하나? 나의 경험으론 절대로 비약이 아니다. 20년, 30년, 어쩌면 평생 시설을 전전했던 사람들이 내 곁에는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시설에 대해 진저리를 친다. 그들 역시 지역사회 속에서 주거가 불안하긴 마찬가지지만 “시설에 도로 들어갈래?”라고 농담삼아 물으면 죽는 한이 있어도 시설엔 다시 안 들어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열이면 열, 백이면 백이다. 다른 얘기지만 서울시정연구원이 조사한 시설장애인 욕구조사에서도 나타나 있다.

이 조사에서 시설장애인 70% 이상이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희망하고 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장애인생활시설에 살고 있는 시설장애인 3천 여명이 대답한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50%는 주거공간과 활동보조서비스 등의 조건이 갖춰져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무조건 시설을 나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서울시는 이런 조사를 했음에도 그들 입장에서 너무나 놀라운 결과라선지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람의 욕구는 가둔다고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충만한다. 시설이란 곳이 아무리 장애인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하더라도 사람이 가진 고유의 심성인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은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시설에 갇혀야만 하는가? 지역사회를 장애인도 함께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나 크고 무리한 요구인가?

넘쳐나는 주택 중에 단 몇 십%를 집 없는 사람들과 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 우리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가? 석암을 탈출한 8인들은 평생 자신들의 꿈과 욕망을 접은 채 다시 시설에 처박혀 사는 게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장애인들의 올바른 삶인가? 8인 중 한 명은 나에게 직업을 갖고 일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상담사가 되어 다른 장애인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당장 그 꿈들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지역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삶은 당장 열악하기 그지없고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이러한 꿈들과 실천하는 행동으로 지역사회 속의 장애인의 삶은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5년 전 혜화동 로타리에서 우리는 장애인의 발인 휠체어를 거부하는 일반 버스를 멈추게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장애인을 반기는 저상버스를 타고 다닌다. 또 활동보조서비스도 도입되었다. 비장애인의 사회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요구들을 결코 알아서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이 열심히 싸워서 쟁취한 권리들이다.

시설 안에서 그들의 꿈은 무엇이었는가? 밖에 나가서 무리한 요구나 하고 남에게 피해나 주는 그런 꿈들이라고 아직도 외면할 것인가? 시설이 제공하는 모든 것들이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안 된 말이지만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시설의 장애인들은 단지 애완동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대부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교장선생님 박정혁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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