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삼성전자 TV 제품이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협회로부터 ‘시각장애인 접근성 인증’을 획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TV 기능 측면에서 살펴보면 '스마트 돋보기' 기능을 통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TV에 미러링으로 연동하면 작은 글씨나 이미지를 대화면에서 크게 볼 수 있고, ‘포커스 확대 기능’으로 TV 조작과 관련된 채널, 볼륨, 메뉴 등 특정 글자의 크기를 확대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청각장애인이 많이 사용하는 자막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자막 분리, 자막 크기·위치·색상 변경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음성안내 기능도 강화돼 음성만으로 시청 중인 방송의 주요 정보를 들을 수 있고, 리모컨과 접근성 기능 사용법을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음성 속도와 음조도 사용자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방송의 수어(手語) 화면을 자동으로 찾아서 확대해 주고, 수어 화면에 맞춰 자막 위치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기능도 제공된다.

‘가전 접근성’이란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지역, 성별, 나이, 지식수준, 기술, 체험과 같은 제한 사항을 고려한 사용자의 편의성”을 일컫는 것으로 국제 표준화 기구(ISO/IE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규격 개발은 잠정적인 소비자를 위한 수행 능력의 한계를 갖는 사람들에게까지 설계 및 표준을 확대하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가전제품의 범위는 ‘백색 및 흑색가전을 포함하는 협의의 개념과 이에 정보통신제품 및 사무용품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가전제품 접근성 향상 기술은 장애인 및 고령자 등과 같이 신체적이나 인지적 수행 능력에 일부 제한이 있는 사용자들을 고려한 가전제품 설계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법 제도와 관련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은 ’가전 접근성‘의 개념을 복지 수요 측면에서 접근하여 장애인과 노령층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 접근하여 관련 법률 및 제도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s)를 통해 구체적인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ADA Standards for Accessible Design를 통해서도 세탁기나 의류 건조기의 규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전 이러한 추세에 이른바 ‘전자제품 접근성 보장 포럼’ 등이 창립 활동한 바 있으나 실질적인 결실에까지 이르지 못한 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전제품 접근성의 향상과 보장을 위한 법 제도의 확립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관련 접근성 인정제도 및 장애 유무와 관련 없이 편리성을 강조하여 그 수요의 증대를 통해 관련 기업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장애유형에서 공통적으로 TV,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진공청소기, 김치냉장고 등이 불편하며, 가전제품 사용 시 ① 시각적 혹은 청각적 피드백, 부재에 따른 인지적 어려움 ② 수납공간 높이 및 깊이에 따른 수납의 어려움 ③ 조작 장치의 접근성 부재로 인한 조작의 어려움 등이 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세탁기의 경우 시각 장애인이 버튼의 내용을 인지할 수 있는 장치나 피드백을 제공하지 않아 구분이 불가능하며, 둥근 조절 손잡이(knob)를 통해 제공되는 기능의 내용을 인지할 수 없고 사용자가 시작과 끝점을 알 수 없었다. 또 손잡이를 통해 설정되는 세탁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세부 설정사항(물의 온도, 행굼 횟수 등)의 내용이 의미 없는 알림음으로만 전달돼 시각장애인이 이를 인지의 어려움이 있었다.

냉장고는 버튼의 내용을 인지할 수 있는 촉각 표시나 음성출력 피드백을 제공하지 않아 옵션의 구분과 선택이 불가능하고, 문을 여는 방식이 손잡이를 들어 올린 후 당기는 방식이고 당기는 동작에서 비교적 많은 힘이 필요해 제한된 조작범위와 힘을 가진 사용자는 조작하기 어려움이 나타났다.

전기밥솥의 경우 버튼을 터치하면 확인 과정 없이 바로 기능이 실행돼 시각장애인이 버튼의 내용과 위치를 구별할 수 없어 사용이 불가능하고, 설정 상태 확인은 디스플레이 표시부에 나타나는 부분 점멸 또는 텍스트 표기 등 시각적 피드백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단계에서 최근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과 결합하는 ‘스마트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표적인 ‘가전 접근성’ 소외계층인 장애인과 노령층의 어려움과 소외 또는 배제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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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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