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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과 배려의 갈림길에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2-16 09:00:00
“안녕하세요!”
아주 반갑게 다가오며 인사하는 OO을 보고 나는 눈을 맞출 수 없었다.
사실 멀리서 걸어오는 OO을 알고 있었지만 피할 길이 없어 그냥 걸었던 것이다.

“OO야 잘 지냈지? 지난학기 성적은... 우리 다음 학기에 잘해보자.”
“아, 괜찮아요. 전 학교 오는 게 넘 재미있어요.”
“그래...”

OO는 지난 학기 내 야간수업을 들은 학생이다.
무려 왕복 5시간에 걸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학교를 온다.
지각은 커녕 결석한 적이 없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잔적도 없다.
두꺼운 안경너머로 날 열심히 바라보아 주었다.
쉬는 시간엔 내 옆에 와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간다.

어제 수업 끝나고 길을 가면서 일어났던 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 학교를 늦을 뻔 했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던 이야기.. 덕분에 OO의 환경과 따뜻하신 아버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어떤 날은 아침은 무엇을 먹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학기가 끝나고
성적처리를 하면서 나는 큰 고민에 빠졌다.
OO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F를 주게 된 상황이다.
학생들에게 기본점수라도 주고자 내었던 서술형문제에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OO는 백지의 시험지를 제출했던 것이다.
많은 고민 속에서 결국 난 OO에게 F를 주고 말았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내 스스로 공정했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OO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다가오는 OO에게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

난 공정함만 생각하고 배려를 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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