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불이 탄 장애인 주택.ⓒ에이블뉴스DB

단칸방 안 검게 그을려진 집, 폐지와 각종 재활용품이 문 앞에 널려진 작은 공간. 12일 새벽 경기 부천시의 한 단독주택에 딸린 단칸방에서 불이나 56세의 지체장애인 이 모 씨가 숨졌다. 그는 불이난 후 바로 대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사실 장애인 화재 사건은 이번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술집에서 불이나 장애인운동가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부회장이 숨을 거두고 만 것.

그 역시 불길을 피하지 못한 채 입구 앞에서 변을 당했다. 이외에도 사회면 기사에는 심심찮게 ‘장애인 화재 사건’이 등장하곤 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화재사고가 나면 스스로 화재를 진압하거나 몸을 피하지 못하고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구조대가 도착해 화재를 진압해도 이미 목숨을 잃은 후가 되는 것이 허다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제는 이처럼 장애인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중증장애인 응급알림 e-서비스, 중증 독거장애인 및 거주시설 긴급구조체계 등을 갖춰나가고 있으나 정작 필요한 전국적 통계 집계는 찾아 볼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서 지체장애인 유형을 특성화해 재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대상자는 지체장애인의 활동보조인, 보호자, 소방공무원으로, 정작 재난을 당하는 당사자는 “‘안전벨’을 누르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내용에 불과하다.

안전벨 마저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은 어떤 쓸모가 있을지 알 길이 없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에서 장애인을 위한 긴급재난관리 계획수립, 서비스 제공, 재난대응활동 등의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해 지켜야할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도 미국의 경우와 같이 정부, 민간, 지역, 사회, 개인 수준에 맞는 장애인 재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에 걸맞은 장애유형에 맞는 재난대응 매뉴얼 개발도 필수다.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최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계 신년인사회에서 중증장애인 응급알림 e-서비스 대상자를 3500명에서 75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상자를 늘리는 것이 끝이 아닌 홍보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재난은 누구도 막을 수 없지만,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적어도 “끝내 대피하지 못해”, “문 앞에서 숨졌다”라는 안타까움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 화재 사건의 보도를 보고 “쯧쯧, 안타깝군”식으로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떡해, 슬프다”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장애인 재난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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