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종란 이사장.ⓒ에이블뉴스

“패럴림픽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경기장을 누비던 국가대표”, “장애인고용의 벽을 힘겹게 내딛는 모습과 교차하며 감동”, “부정적 시각 극복하신 장애인고용의 국가대표”

지난해 말 취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종란 이사장이 첫 공식행사 신고식에서 발언한 내용들이다.

12일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8 고용촉진대회’는 장애인 고용촉진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 등을 통해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단에서도 가장 큰 행사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자리한 기자는 조 이사장의 신고식 발언들이 조금은 불편했다.

이날 조 이사장은 그간 장애인고용인식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설명, 지난해 6월 기준 장애인고용률이 2.74%로 향상된 점을 들며 “변화를 이끌어내신 분들이 여러분”이라며 장애인 고용현장의 사업주와 근로자들을 향해 열정과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3월 평창에서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를 맡은 장애인아이스하키 주장 한민수 선수를 언급했다.

“한민수 선수가 등에 성화를 꼽고 가파른 성화대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치 우리사회의 장애인 고용 벽을 힘겹게 내딛는 우리의 모습과 교차되면서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자의 눈에 비친 한 선수는 암벽을 등반하듯 로프 하나에 의지해 힘겹게 슬로프를 오르는 모습이 “장애극복 쇼”에 불과했다. 경사가 높은 슬로프를 보며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왜 장애인은 극한에 도전해 용쓰며 ‘극복’ 해야만 할까?’라는 비판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론은 반대로 “최고의 명장면”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현실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비장애인들도 해내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 딱 이런 시각일 것이다.

물론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감동의 장면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장애인계 리더라면 분명 ‘장애 극복’ 키워드에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극복(克服)은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내는 것이자 적을 이기어 굴복시킨다는 뜻으로 ‘장애 극복’은 결국 장애가 악조건이나 고생이고, 적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회에서 이상돈 의원은 축사를 통해 “조종란 이사장은 장애인 분야에서 쭉 일해오신 전공자다. 장애인들의 욕구와 희망을 잘 아셔서 공단을 잘 이끌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조 이사장은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을 거쳐 1990년 공단에 입사해 고용촉진이사까지 쭉 장애인고용에 힘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조 이사장의 워딩이 더 아쉬운 이유다.

“패럴림픽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경기장을 누비던 국가대표가 있었다면 우리 고용의 현장에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신 국가대표들이 계신다”란 문장도 덤이다.

장애인고용 수장의 첫 신고식, 부디 다음 행사에는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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