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이블뉴스

무술년을 맞아 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18 장애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정치권의 메시지는 듣기가 불편했다.

지난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돌연 ‘장애인들의 대변인’을 자처했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장애의 문제를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중도장애인인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장애인들을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며 ‘감동 포르노’로 소비했다.

이날 신년인사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했으며, 전국 장애인단체장 및 장애계 인사를 비롯해 정·관·학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기에, 정치계에서도 부쩍 참여가 많았다. 하지만 바쁜 일정 속 장애인식에 대한 숙지는 부족한 듯 했다.

‘우리의 삶을 디자인 하라’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장애계의 뜻이 담긴 슬로건 앞에서 이들의 메시지는 아직 1980년대에 머물렀다.

먼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의 중심이 된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유한국당이 이제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장애인, 서민, 노동자를 아우르는 대변인이 되겠다”고 짧은 신년사를 갈음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특수학교가 들어설 부지가 국립한방병원의 자리라며 서울교육청의 특수학교 설립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장애계의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랬던 김 원내대표의 ‘장애인들의 대변인’ 발언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그는 신년인사회 자리를 돌며 “강서구 분들은 안 오셨나”며 살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장애인들을 ‘아픔’으로 표현한 것이 아쉽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 몸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 우리 사회의 중심은 아픈 것, 장애의 문제”라며 “국가가 개인에게 감당하게 해서 아픈 곳으로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우 원내대표가 장애인 형을 두고 있고,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표현한 점은 알지만, ‘아픔’이란 것은 부정적 시선, 치료해야 할 것으로 인식된다. 어 다르고 아 다르듯 아픔 대신 사각지대, 어려움이란 단어를 선택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에이블뉴스

중도장애인인 심재철 국회 부의장의 메시지는 장애인을 비장애인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취급하는 ‘감동 포르노’가 짙었다.

심 부의장은 “우리들은 조금만 더 잘 하면 박수쳐줄줄 안다.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니 힘을 내자”고 언급한 것.

장애는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닌 일상일 뿐 ‘슈퍼맨’이 된 듯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저는 당신의 영감거리가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맞선 호주의 코미디언 겸 방송인 스텔라 영의 발언과 대조된다.

올해 장애계 신년인사회의 슬로건은 ‘우리의 삶을 디자인 하라!’로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해가자는 뜻과 더불어 앞으로 장애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설계해 나가자는 희망의 의미였다. 진정성 있는, 장애인식이 제대로 된, 장애를 감동으로 소비하지 않는 정치권의 메시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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