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씨가 보내온 증빙 자료들. 센터의 공개사과문, 구청의 민원답변서, 협회와의 메일 등이 있다.ⓒ에이블뉴스

한 어머니의 눈물 섞인 전화를 받은 건 몇 주 전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 아이가 활동보조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제발 도와달라는 절실함이었다. 바로 취재에 착수했고, 피해자 이영선씨(가명)를 만났다.

끊임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너무나 착잡했다.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활동지원제도의 이면에 이 같은 어둠이 있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듯,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나 몰라라’ 행동의 화가 많이 났다.

영선씨는 사건 후, 고심하며 1달 간을 외롭게 싸워왔다. 그 후, 같은 장애인 자녀를 둔 10년지기 이순미씨(가명)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본격 소리 없는 투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해당 센터에 끊임 없이 찾아갔으며, 협회는 물론, 장애인을 위한다는 기관은 모두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갑(甲)은 장애당사자인데, 기관은 참으라고 했다고 한다.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에 센터의 상위 기관인 협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못 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 ‘슈퍼 을(乙)’인 장애인이 유일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지 않은가. 왜 장애당사자는 가지고 있는 이 하나마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이용만 당해야 하는지.

취재 도중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활동보조인으로부터 폭언과 폭행 등 인권 침해를 당한 이용자들이 ‘꽤’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누군가의 ‘검은’ 입 막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현실이다. 말하고 싶어도 털어놓고, 상담할 곳이 없다.

몇 달 전, 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생겨났다. 이들은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은 물론, 성희롱, 폭언 등 인권침해적인 부분까지 조사를 통해 이들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지속적인 활동을 지켜가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장애인활동지원을 위해 일한다는 각종 협회 등은 왜 이용자들을 위한 인권침해 조사는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 이용자들의 모니터링 설문조사 문서가 있었다. 활동보조인의 친절성, 서비스 제공 능력, 서비스 적정성 등의 설문이 있었지만, 기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한 인권침해 부분은 언급조차 없었다.

2012년 9월 기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급자수는 5만495명에 달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는 대상이 장애 2급까지 확대돼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제는 이 제도의 숨겨진 뒷면을 펼쳐보아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는 숨겨진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과연 이를 묵과할 것인가? 아니면 언제까지 숨겨둘 것인가.

기사가 나가고 영선씨의 감사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들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겠는가. 많고 많은 장애인단체 중 이들이 도움을 구할 때가 없어서 신문사까지 찾아와야 하겠는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진정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가 되려면,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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