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의 한 장면.ⓒKBS

21일 종영한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이 뜬금없는 장애 비하 논란과 관련해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속속들이 올라왔다.

그 이유인 즉슨,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지난 14일 방송분에서 장규직(오지호 분)과 무정한(이희준 분)이 주먹다짐을 벌이는 장면이 문제가 됐던 것.

이 장면에서 장규직은 동료 무정한(이희준)이 자신의 뜻을 고집하다 지방 발령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하자 분통을 터뜨리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장면에서 장규직은 무정한에게 "병신 같은 놈아"라는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대부분 시청자가 극의 흐름 상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지만, 대사가 불편했던 이가 있었다. 바로 지체장애인 최모씨였다.

KBS시청자상담실을 통해 최씨는 “병신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고 별 뜻 없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본인과 같은 지체장애인에게 큰 상처가 된다”며 “남을 욕하거나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단어인 만큼 사용을 지양해 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제작진도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제작진은 언론사들을 통해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이라며 “걸러내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사과한 것.

이로써 장애비하에 대한 작은 시끄러움(?)은 끝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장애당사자들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병신' 이라는 단어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보통과는 다른 형체를 가진 사람, 또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어 온전하지 못한 사람. 흔히 그러한 사람을 경멸조로 이를 때 쓰는 말'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대사 맥락상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부정적 영향을 조장할 수 있다. 여러 방송에서 1회에 걸쳐 ‘병신’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어도 비하의도가 없었다면 매번 ‘허허 그랬구만’ 하고 넘어가야 할까.

앞서 지난해에도 한 방송사 드라마에서 의도와는 상관없는 ‘병신’이라는 단어가 방송된 바 있으며, 올 초 한 장애인단체가 실시한 언론사 모니터링 결과를 봐도 지체장애가 150여건에 해당한다. 대부분이 ‘병신’이란 단어였다.

비하논란에 대한 LTE급의 빠른 사과는 좋았지만, 또 다른 방송에서 ‘병신’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때도 “의도가 없었다”는 사과만 하면 또 조용히 묻히는 걸까. 비하의도가 없더라도 ‘병신’이라는 단어는 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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