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첫 국정감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풍경. ⓒ에이블뉴스

18대 국회에 진출한 초선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첫 국정감사에서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국회의원들은 성실한 국감 준비로 곳곳에서 ‘송곳 질의’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18대 국정감사 첫 주,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 국감 풍경 세 가지를 뽑았다.

#풍경 하나-누구를 위한 소통인가

지난 7일 열린 복지부 국감에서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자신이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을 대폭 확충했는데, 장애인들이 몰라준다고 장시간 해명성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안 의원은 장애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자신을 향해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장 연설이 끝난 직후,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은 "안홍준 의원님 말씀을 듣고 장애인으로 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며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이명박 정부에서 쇠고기 문제가 이렇게 확대된 것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장애인들이 맨 바닥에서 시위를 하고 집회하는 것은 그들에게 정보를 주지 않아서 야기된 것이다. 장애인의원들이 많다. 단체를 지도하고 이끌던 장애인들도 많다. 그런 의원들한테 현 정부의 상황, 예산문제, 앞으로의 로드맵 등을 충분히 설명하면 그런 문제가 다소 감소되지 않겠나.”

이어 정 의원은 "마치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안홍준 의원님이 모든 예산 문제는 혼자 다하신 것 같은데요. 다른 의원님들은 안계셔도 되겠다"고 안 의원이 장애인예산 확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랑스럽게 발언한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지는 발언이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정 의원은 안 의원에게 “당이 다르더라도 상의해 달라. 나도 얼마든지 그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 그들을 설득해서 합리적으로 일을 이끌어가야지 혼자 정보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며 “대화를 저한테, 저희에게 해달라는 얘기지 그들에게 직접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고 자신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동안 장애인계는 장애인 정책을 마련할 때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독단이 아닌 소통을 통한 의견 수렴과 반영을 주장해왔다. 국회의원들 간의 소통도 중요하겠으나, 안 의원이 발언을 끝낸 직후는 장애인계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방안을 조언하는 것이 더 나은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풍경 둘-누구를 위한 의협심이었을까

“사람이 계획을 세웠다 못할 수도 있으며 농사를 지려다 못할 수도 있는데 사정이 있었느냐?” “대한민국 공무원 명예를 걸고 실수했다고 하는데 실수인가? 돈이 탐나서 한 것 같진 않은데….”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이 7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봉화 구하기’에 나서자 기자들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쌀 직불금 부정 신청 논란에 휩싸여 있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윤 의원의 질의는 논란을 규명하고자 하기 보다는 이 차관을 감싸주려 했다.

이어지는 윤 의원의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국감 때 시간도 없고, 정신도 없다. 공무원생활을 오래 해봐서 알겠지만 서류를 금방 가서 때올 수 있나?” “누가 차관을 하려 투서를 했나 국감 첫날 왜 이런 날벼락이 왔나 생각한다.”

이 차관에게 결백을 증명하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감 첫날 민주당 백원우 의원의 요구가 국감시기에 말도 안 되는 부당한 것이라는 윤 의원의 주장이었다. 윤 의원은 이날 질의를 시작하면서 “의협심으로 하는 질의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이 차관의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여야간 공방이 불을 붙고 있는 가운데 윤 의원은 “본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가족까지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이 차관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이날 윤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국민들의 의혹을 해결하고자 했던 의협심의 발로였을까? 아니면 야당으로부터 몰리고 있는 이 차관을 구해주기 위한 의협심의 발로였을까? 윤 의원의 의협심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의협심이었는지 궁금해진다.

#풍경 셋-탈시설 대책 질의도 추가했더라면…

지난 7일 복지부 국정감사.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죽어가는 장애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조명한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의 국감 질의는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여성의 증언까지 동영상에 담아 공개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날 이정선 의원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전국 314개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렸기에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이 의원의 질의가 끝난 이후, 기자들은 자료를 얻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했다. 이 의원이 인용한 통계자료를 비롯해 정확히 확인해야할 부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실은 나중에 보내주겠다며 당장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한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니…. 이 의원의 국감자료는 이틀 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어쨌든 반향은 컸다. 장애인인권센터, 장애여성네트워크, 한국DPI,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이 일제히 이 의원의 국감 질의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릴레이로 발표했다. 반면 이 의원의 국감질의 비판 대상이 됐던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측은 반박 의견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의원의 국감질의는 아쉬움도 남겼다. ‘생색내기 복지정책은 없어져야한다’는 결론 때문이다. 이 결론보다, 질의를 마무리하면서 전재희 장관에게 정부 차원의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에 대한 의지와 계획이 있는지, 한 마디 더 물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러한 아쉬움은 이 의원의 국감질의 이후 쏟아져 지지 성명서들이 일관되게 적극적인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짙어진다. 전재희 장관이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에 대해 어떠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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