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에 대한 피해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반 학생들이 장애학생을 놀림감의 대상, 폭력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참다 못한 부모는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장애학생에 대한 접근 금지였다. 결국 장애학생은 일반 학생들과 완전히 유리된 학생이 되고 말았다. 장애학생은 이렇게 호소했다. "차라리 맞을 때가 좋았어요. 왕따 된 소외현상보다 맞는 것이 나아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소외현상이 극심화된 통합인가? 아니면 폭력의 제물이 된 통합 현상인가?

그동안 통합교육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많이 보고되었다. 어쩌면 이러한 연구는 외국의 사례의 반복이거나 통합의 결과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관에 의한 연구일 수 있다.

통합교육은 결코 장애학생의 장애를 완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통합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지극히 정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통합교육에 대한 연구 결과는 늘 장애학생의 부모들의 욕구를 자극시켰다. "우리 아이가 좋아지려면 보다 나은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해!" 결국 장애학생의 부모 역시 보다 장애가 심한 장애학생과의 통합을 꺼려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그리고 일반 학교에 간 것이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무엇이 통합인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통합을 지향하는가?

여성부에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시행 규칙을 제정하는 일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의아한 일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 보육 분야는 교사대 아동의 비율을 비롯하여 기존의 조건의 강화시키기보다는 현상 유지, 혹은 약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아동 보육 분야는 오히려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보육 공간, 교사대 아동의 비율, 장애아동 보육교사의 자격, 그리고 통합 보육에 대한 조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통합보육을 확대하겠다는 정부는 장애아동 보육의 조건을 완화하자고 주장한다. 편의시설 설치와 장애아동 보육공간의 확보는 장애아동 통합보육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보육의 일차 대상은 지력장애를 갖지 않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뇌병변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인이다. 필자처럼 목발이나 휠체어를 이용하여야 하는 지체장애인은 마땅히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편의시설, 보육공간 등은 절대적으로 필요충분 조건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다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보행은 가능하지만, 지적인 장애를 가진 경도의 정신지체, 발달장애(자폐아동) 만을 통합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결론이 된다. 과연 이것이 통합의 기본적인 구현된 것인가?

통합을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통합에 예외가 되는 장애아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사실 그러하다면 더욱 편의시설과 보육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통합주의자는 자기 당착적인 모순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통합교육의 4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교실(Classroom), 둘은 학생(Students), 셋은 교사(Teachers), 넷은 부모(Parents)이다.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어느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즉 통합적인 성격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교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먼저 통합적이어야 한다. 접근성, 이동성에 있어서 어느 누구도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이념과 같이 모든 이에게 물리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다 제거해야 한다. 물리적인 조건이 충족되는 것은 최우선과제이다. 물리적인 조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른 세가지 요소는 무의미할 뿐이다.

둘은 학생들의 가치관, 태도의 통합이다. 무엇보다도 일반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접근이 통합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장애학생의 장애 혹은 일반 학생에 대한 이해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 순서가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으면 통합은 또다시 어려움을 갖게 된다.

셋은 교사의 장애, 장애인 그리고 통합에 대한 가치, 목적, 태도의 문제이다. 무엇보다 모든 교사들은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현재처럼 일반교사는 일반 교육학과에서, 특수교사를 특수교육학과에서 별도로 배출하는 구조 자체가 통합교육의 걸림돌이다. 즉 교사들의 배출 과정 자체가 통합되지 않는 한, 이러한 구조에서 배출되는 교사들 스스로 통합교육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교육에 맞는 교사 양성과 배출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기존의 교사들에 대한 장애, 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교육현장이 되도록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통합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적인 현상에 대하여 교사는 뒷짐을 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코 일반학교의 장애학생을 위하여 치료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단견적인 처방으로는 진정한 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

넷은 부모의 문제이다. 장애학생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자녀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고 통합을 기피하는 일반학생의 부모가 통합의 저해요인이다. 이러한 부모가 존재하는 한 통합 현장에서의 장애학생의 피해 사례를 급증할 것이다. 오히려 장애학생과 함께 함으로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일 때 통합교육은 진일보할 것이다. 또한 일반 학생과 함께 하면 장애 학생이 더 좋아질 뿐 아니라 장애가 치료될 것이라는 이기적인 부모가 존재하는 한 통합은 여전히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함께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인식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특수학교 교육이나 장애학생에 대한 전문적인 재활적 접근을 중시하는 교육 현장이 "분리"가 아니라 통합에로 이르는 길이라는 것도 인식하여야 한다.

통합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서둘러 실시하는 통합은 오히려 통합을 멀리하게 만든다. 때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통합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반드시 통합을 일구어 내는 노력이 요청된다. 근시안적인 통합을 실시하다가 통합을 포기하는 길이 아니라 원시안적인 관점에서 통합을 향한 총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 통합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장애학생의 피해 사례는 결코 국지적인 일이 아니고, 일시적인 일도 아니다. 일반학교에 장애학생을 보내는 부모는 더욱 두려움을 갖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직도 만들려고 한다. 적어도 통합교육 현장에서는 장애학생이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일반 학생도 마찬가지다. 비록 피차 이익의 내용이 다르다 할지라도 상호간에 윈윈(WIN - WIN)이 되는 통합이 될 수 있도록 통합에 필요한 네 가지 요건을 충실히 마련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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