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8요일'의 이미지.

다음은 일본에서 혼자 자립해서 생활하고 있는 정신지체인 A씨의 사례이다.

<월간 수입내역>

- 장애인 기초연금 : 67,000엔

- 심신장애인 수당 : 3,000엔

- 생활보호수당 : 80,000엔

- 장애인작업장 급료 : 4,000엔

- 수입 계 : 154,000엔

<월간 지출내역>

- 집세 : 48,000엔

- 전기, 수도, 가스비 : 12,000엔

- 헬퍼의 차를 위한 주차장 사용료 : 5,000엔

- 식비 : 30,000엔

- 잡비 : 20,000엔

- 남는 돈 : 39,000엔

A씨는 40대 초의 남성으로 경증의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현재 부모도 살아있지만 아파트를 얻어서 혼자 자립생활을 하고 있다. 낮에는 장애인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월 4,000엔의 급료를 받고 있다(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월 20,000엔 ~ 30,000엔 정도를 받고,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월 4,000엔 ~ 6,000엔 정도를 받음).

A씨에게는 저녁시간에 1주일에 3번, 2시간씩 집으로 홈헬퍼가 파견되어, 시장보기, 식사준비, 청소, 세탁 등을 도와준다. 또, 이와는 별도로 가이드헬퍼 서비스가 제공된다. 홈헬퍼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에 비해 가이드헬퍼는 주로 외식, 쇼핑, 산책, 통원, 유흥시설 이용, 콘서트, 스포츠 관람, 이벤트 참가 등을 도와주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처럼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자립생활지원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과거에는 정신지체장애인의 서비스는 지체장애인에 비해 많이 부족했었고, 헬퍼 서비스 비용을 자가 부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공적인 서비스로 가이드헬퍼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같은 동경도 내에서도 지역마다 서비스 이용시간이 각기 다르다. 동경도 하찌오지시의 경우에는 1인이 1개월에 20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단, 정기적인 통원치료의 경우에는 20시간을 초과 할 수 있음).

가이드헬퍼의 이용 자격은 장애인수첩을 가진 정신지체인(일본에서는 지적-知的-장애인이라 하여 발달장애인도 포함됨)으로, 처음에는 경증정신지체장애인이 대상이 되었지만, 차차 중증정신지체장애인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가이드헬퍼는 외출 시에 도움을 주는 헬퍼로서 1회 평균 5~6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가이드헬퍼의 경우에 3가지 금지해야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통근 시에, 작업장 갈 때, 숙박 시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A씨와 같이 혼자 자립하여 생활하는 정신지체장애인은 소수에 불과하고, 가이드헬퍼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불과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한 그야말로 '따끈 따끈한' 자립생활지원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들어 자녀의 자립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의 부모들이나, 현재 항상 자녀와 같이 생활해야하는 환경으로부터 생기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정신지체장애인의 가족들의 경우에는, 참고해볼만한 선진국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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