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7월3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선거가 있습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대통령, 국회의원을 뽑듯이 모든 주민이 직접 투표하는 선거로 처음 시행됩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1년간 쓸 수 있는 예산이 부산시에 맞먹을 정도의 규모이며 교육감은 서울시의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말 그대로 서울의 교육대통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장애인교육환경, 여전히 열악합니다.

여전히 장애학생들은 학교가 부족해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장애학생들에게 필요한 치료지원, 통학지원, 보조 인력지원, 보조기기지원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학교에서는 수련회조차 마음 놓고 다녀오기 어려울 만큼 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은 열악합니다.

서울의 장애인교육문제. 교육감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장애인에게 필요로 한 다양한 지원을 장애인교육법의 시행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게 되면 얼마만큼 할 것인가는 거의 적적으로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지원인력이나 보조 인력을 몇 명씩 둘 것인가, 통학차량이나 통학비를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 등)

결국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을 잘못 선택할 경우 장애인부모들은 앞으로도 계속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고 안락하게 여유를 즐길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입시위주의 교육 속에 장애학생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0교시 수업, 우열반 등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강화되면 될수록 장애학생들은 당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고등학교에 진학한 장애학생들이 점점 적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결국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것입니다.

장애당사자, 장애인부모들의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간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해 왔습니다. 장애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도 안하고 지나쳐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시민의 손으로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게 되니 우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다양한 운영방식들이 만들어 지고 있으며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에 장애학생들이 참여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이런 현상들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집니다. 지금의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게 된다면 앞으로 특수교육과 관련해서는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법이 만들어 지고 그 법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학교현장에서 일반교육을 중시하는 풍토가 지금보다 더 심해진다면 법적인 권리보장을 주장해도 이를 받아들이고 시행할지 의문시 됩니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특수교육과 관련한 우리들의 주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수교육뿐 아니라 공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이번 교육감 선거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교에 가는 지금의 방식을 바꾸어 갈 수 있는 사람을, 성적으로만 아이들을 평가하는 현 교육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을,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교육풍토를 만들어 갈 사람을 교육감으로 선출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하나의 직책을 채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진정으로 이 땅의 교육현실을 개선하고 부모와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점점 늘어가는 사교육의 횡포를 줄이고, 공교육의 책임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우리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공교육의 틀 안에서 특수교육이 자리 잡아야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특수교육법의 제정으로 다양한 많은 내용들을 채워 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졌습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특수교육과 관련한 실천의지를 표명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습니다.

재차, 삼차 강조하지만 이번 선거는 공교육 안에서 특수교육이 어떻게 자리 잡을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지금까지의 체제에서 우리가 얼마나 눈물과 한숨으로 지내왔는지 돌아보면 알 것입니다. 무엇하나 아이들을 위해 해주려 해도 우리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교육청 문을 넘어서지 못해왔습니다.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고, 천막을 치고 지내온 시간을.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과들이 학교 현장에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저들의 입맛에 맞는 것들만 챙겨서 찔끔거리는 통에 부화만 치밀어 오르는 날들이 더 많았던 시간. 머리를 깎고, 눈물을 훔치며 이를 앙당 물고 버텨낸 시간들. 하지만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저들을 보면서 근본적인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제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일 년 내내 땀 흘려 일하지만 그 결실이 미미한 것은 땅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고, 농부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를 손봐야 할까요? 땅을 손본다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이니 엄두가 안 나고, 우선 조치할 수 있는 것은 농부를 바꿔서 땅을 갈아엎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향후 특수교육의 질과 양의 범위를 정하는 선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학교현장에서 이 법을 준수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당장을 모면하려 꼼수를 부리려 합니다. 교육받을 권리는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것이 예산이나 인력의 문제로 인해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차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학교현장은 이를 무시하며 지나갑니다. 저들의 권력이 무소불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야 할 것입니다.

다시 머리 깎고 싶지도 않고, 다시 길거리에 천막치고 생활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 시위에 동원되는 것도 싫고, 삼보일배니, 기자회견이니 하는 것들 다 싫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더 처절하게 싸워야 할지, 아니면 편안하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교육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꿔갈지를 정하는 날이 7월 30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원하십니까?

아이들 손잡고 땡볕에 나서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과, 다양한 지원 속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모습 중 어떤 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까?

그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느냐가 결과를 말해 줄 것입니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