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다른 장애가정들과 비교하면 그들과도 비교가 된다. 어중간한 중간에 서 있다고 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라고 할 정도다. 일반 가정과 비교를 하면 평범하지 않은 것이고, 장애가정과 비교를 하면 또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가정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것은 생후 두 달이 지나 앓게 된 세균성뇌수막염의 후유증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워낙 당시에 힘든 시간을 보낸 터라 그런 이야기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아이엄마나 나 자신이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크게 담아두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하기에 남들 눈에는 범상(?)내지는 희한한 집이란 말을 듣는다. 평상시 장애라는 것이 불편할 뿐이지 삶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며 지내왔는데 막상 장애라는 것을 안고 살아가다보니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그래도 우리는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지내지는 않는다. 매개는 바로 아이가 제공해 준다. 아이는 간질을 앓고 있으며 의사들 표현대로 한다면 경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종류를 다하고 있는 일종의 경기의 종합세트라고 할 정도로 심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웃음으로 생활하려 하고, 모든 상황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낸다. 뭐 다른 집들도 아이 키우면서 크고 작은 충돌(?)은 있을테고, 아이들도 다 그렇게 퉁탕거리면서 지내고 있는데 유별날 것은 없다는 식이다.

어디 가서 아이 이야기를 해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장황을 늘어놓기도 하고,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공감을 표시하면 대놓고 그렇게 보지 말아달라고 하며 웃을 일이 더 많다고 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장애가정이 그리 넉넉한 웃음을 가지고 여유를 부리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경제적인 것이야 모두 어려운 것이니 별개라 여기고, 생활적인 면만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 집은 정말 상상 이상이라 하겠다. (물론 자랑으로 하는 말이다. 뭐 중뿔난 것도 없으면서 가진 것이라고는 타고난 성격이니 벌어지는 상황들을 즐기며 지내다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우리는 우선 아이가 밝다. 죽음의 순간을 넘나들며 아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고, 그 어려운 과정을 다 지나오면서(아직도 지나고 있으면서) 늘 웃음이 가득하다.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경기를 하고나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보여주는 웃음에는 기가 막히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대거리가 없을 정도로 웃음이 많다. 아이의 그 웃음은 에너지다. 어른들이 가지는 불안함이나, 우울함을 가시게 만들어 주는 활력만땅(일본식 표현이지만 그대로 쓴다; ‘가득’이 맞는 표현임)이다.

그리고 아이 엄마나 내가 또 웃음이 많다. 사실 웃고 살 일이 없다고 봐야 할 일이지만 그 와중에도 웃을 일을 만들어 내고 작은 일에도 농담과 장난질을 일삼으며 아이와 놀다보니 절로 재미란 것이 생겨난다. 그러다보니 늘 장난으로 소일을 하고 의미 없는 일상이라고 할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게 된다.

‘행복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는 말을 늘 새기며 지낸다. 아무리 어려워도 잠깐이고, 아무리 행복해도 잠깐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눈 벌게지도록 행복을 찾아다니지 않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서 소중하다 여겨지는 것들을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며 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모여져 커다란 행복을 만들어 줄 것이라 여기며 지낸다.

장애. 정말 버겁기만 한 과제다. 주위에서 밀려오는 시선들과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불안함은 절망감으로 다가오고, 아이의 존재감이나, 부모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려 안간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환경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느끼고 찾아가는 것이 자신을 세우고, 주변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종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긴다. 처음에는 목적에 동의하면서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방송이나 언론의 방향에 동의를 해 왔다. 그런데 그 목적이란 것이 끝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뒤부터는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 내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더 이상 장애가정을 비참하게 그려내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만들지 말고 원인을 따지고 개선방향을 잡고, 사회와 국가의 정책방향을 만들어 가는 자료로 사용이 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하자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장애가정의 문제를 단순하게 가족의 문제로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헌법조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장애인 가정에서는 더 이상 감추고, 숨기려 들지 말고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고, 사회는 그들을 따뜻하게 안고 갈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집이 이상한 집이 아니라 모든 장애가정이 그랬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힘들고 어렵기는 동일한 조건, 동일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 마찬가지라 본다. 그런 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하는 마음먹기에 따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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