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를 하고 있는 한빛이. ⓒ최석윤

학교 행사는 다 빠지고, 집에서만 뒹굴었더니 마님의 호령이 심하다. 결국 수영장을 찾아 간다. 물을 별로 안 좋아 하는 아비를 만나 물에 갈 일이 없던 녀석인지라 처음으로 물을 찾아 길을 나선다. 코도 맹맹하고, 그릉그릉 목소리도 심상찮은 녀석을 데리고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섰다.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표를 끊었는데, 입장하는 곳에서 일이 생긴다.

“표가 잘못 됐는데요?”

“왜요?”

한빛이는 남자 표를 끊었는데 직원이 막아 세우고 하는 말이다.

“어머니가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데요.”

“아이가 너무 커서 제가 데리고 갈 수 없는데요.”

무전기로 매표소와 연락을 하면서 잘못을 정정해 주려고 애를 쓴다. 친절하게 화도 안내면서 나서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못해 해명을 하지 못했다.

“제가 데리고 들어가도 되나요?”

마님이 나서서 다시 물어본다. 나야 그렇게 해주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한빛이와 목욕탕가서 싸운 일을 생각하면 안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선뜻 나서서 엄마와 가야 한다고 해주니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큰 아인데 남자 탈의실에 가도 되나요?”

다시 한 번 물어오는데 이유를 알겠다.

“이 아인 남자인데요.”

직원이 조금 당황스런 얼굴을 한다.

“남자예요?”

“네!”

그제야 팔목에 띠를 묶어주며 들어가라 한다. 한빛이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기도 하고, 고무줄로 질끈 묶어 놓기도 하고, 생긴 것도 뽀얀 하니 영락없이 여자로 본 모양이다. 개찰구에서 뒷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벌인 소동이 그렇게 끝이 났다. 집에 와서 둘이 얼마나 웃었는지….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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