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극락을 염원하는 인간들의 마음이 날개를 달았다. ⓒ정재은

동해에서 뻗어온 차령산맥이 그 이음을 다할 때 쯤 능선은 세상풍파((世上風波)와 함께한 듯 완만하기 그지없는데 바로 그곳이 만수산(萬壽山)이다. 만수산 남쪽 기슭에 산을 수호신처럼 두르고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무량(無量寺)사는 푸른 실록 속에 거찰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세월의 무게를 딛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듯 기둥을 받쳐놓았다. ⓒ정재은

신라시대에 창건하였고, 여러 차례 중수(重修)하였다고만 전해지는 천년사찰인 만큼 그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가 많은데 특히 보물 제356호로 지정된 극락전은 드물게 보는 2층 불전(佛殿)으로 내부는 상·하층의 구분이 없는 조선 중기의 건물로서, 당시의 목조 건축술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날개부분에 세워진 기둥양식은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기법으로 알려져 있고 처마의 빛바래고 희미한 색감은 그 역사를 가늠케 한다.

극락전 내에는 거대한 좌불(坐佛)이 안치되었는데 중앙의 아미타불(阿彌陀佛)은 좌고(坐高)가 16자, 가슴둘레 24자이며 좌우의 관세음(觀世音)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은 각 좌고가 16자에 가슴둘레가 18자이다.

김시습을 모셔놓은 사당. ⓒ정재은

이 밖에도 경내에는 보물 제185호로 지정된 5층석탑, 보물 제233호인 석등, 지방문화재인 당간지주(幢竿支柱), 김시습 부도(金時習浮屠) 등이 있다. 이 절은 또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이 세상을 피해 있다가 죽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일주문의 저 10cm 턱만 넘으면 휠체어사용이 용이하다. ⓒ정재은

무량사는 일주문의 5cm정도의 턱만 넘는다면 다음부터는 극락전까지 휠체어를 가지고 갈 수 있다(주지스님에게 이곳의 턱에 경사로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극락전까지 올라가는 정도(定度) 옆길로 자갈로 된 완만한 경사길이(아마도 찻길이 아닌가 싶지만…) 있어 함께 동행한분의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었다.

휠체어가 올라가는 전경. ⓒ정재은

극락전 앞까지 휠체어가 올라갔다. 모자를 쓰신 분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정재은

주차장에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 경사로만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정재은

만수산자연휴양림. 자갈이 있지만 천히 바퀴를 굴리며 산책이 가능하다. ⓒ정재은

만수산자연휴양림에서는 여행객을 위한 통나무집을 대여해 주고 있어 이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만수산의 아름답고 풍요한 숲속캠프자체가 즐거움이었다. 휴양림은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었으나 차를 통나무집 앞에까지 가져갈 수 있고 휴양림안의 길들이 등산코스를 제외하곤 완만한 길들뿐이니 휠체어를 밀며 느끼는 자연의 정취로는 추천할만하다.

휴양림에서 만난 다람쥐. ⓒ정재은

말이 부여지 사실은 보령에서 다가서는 게 더 가깝고 편리하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홍성IC-대천IC-보령-외사면으로 들어가면 부여 쪽으로 무량사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 재직 중이다. 틈틈이 다녀오는 여행을 통해 공단 월간지인 장애인과 일터에 ‘함께 떠나는 여행’ 코너를 7년여 동안 연재해 왔다.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심리활동이다. 여행을 통해서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기쁨을 갖는다. 특히 자연은 심미적(審美的) 효과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 주는 심미적(心美的) 혜택을 주고 있다. 덕분에 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장애라는 것을 잠시 접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자연의 많은 혜택과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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