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오월이다. 가정의 달이라고 가정의 소중함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에서 신문에서 가정의 화목함을 전달하려 하고, 미담을 전해주기 바쁘기만 하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이라고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의 웃음 가득한 모습은 보기 좋다.

하지만 볕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그렇게 훈훈한 미담을 만들어 내는 가정들이나 나들이 가족들에 비해 짙은 그늘 속에서 안간힘으로 살아가는 가정도 존재한다. 그런 가정 중 장애인가족들의 아픔은 ‘지독한 삶’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는 것은,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는 모든 가족들의 삶의 뿌리를 흔들어 댄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생활의 중심이 아이가 되다보니 어른들이나, 형제들의 경우 존재감을 잃어가는 경우도 생기고, 자신의 삶이 사라지고 오직 장애아동의 삶을 대신 살아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답답한 현실의 무게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고 그런 무게감은 정신적인 질병으로 전환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례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정신의 황폐화가 만들어 내는 가정의 파탄이 그러하다.

왜 가족지원이 필요한가? 이 말에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핸디캡을 안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할 경우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한 명의 장애아동을 위해 24시간 대기하며 지내야 한다는 것은 부모의 생활이기 이전에 부모의 삶에 대한, 혹은 부모 자신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부모이니 부모가 알아서 다 해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도리다’라고 해서는 문제를 풀어갈 방도가 없다.

복지라는 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야기고, 사회적 존재로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장애인의 재활, 교육, 노동의 문제를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관점이라 본다.

개인의 행복, 혹은 한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고 책무라고 할 수 있는데 ‘누구나 교육을 받고,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누구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라는 문구가 법조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이 돼야 하는 이야기고 그런 관점에서 장애인가족지원은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아동의 경우 시간에 쫒기고, 돈에 치이고, 벌어지는 상황들에 스스로 위축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점점 정신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고, 경제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게 된다.

아이 하나 건사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몇 백 만원이 필요하고, 온 신경을 아이에게 쏟아 부으면서(안전, 교육, 생활, 치료)정작 자신이 황폐화되는 것을 간과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들은 비극으로 결말을 맞게 된다.

장애아동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사례는 경제적인 이유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사례가 드러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또 벌어 질 지 모르는 잠재된 요인이란 것이 더 우려되는 부분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고, 다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우려 섞인 판단이다.

가족지원은 단순하게 편하게 살아보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들의 안위에 관계된 이야기며,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서비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법으로서 틀을 만들어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장애의 종류 중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의 경우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렵고, 다른 장애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처한 경우가 더 많다.

가족들에게서 버림을 받고 시설에서 동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는 이제 사회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이고, 거리를 떠도는 경우나, 가정 내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가족지원의 중심은 그들을 위한 것이다. 어떤 형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에게 가족지원이라는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사회 속에서 안전하게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를 이기적으로 몰아가거나 욕심으로 표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누구나 동일한 여건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실현해 가기 위한 전제가 가족지원제도의 도입이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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