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하면서 책장에 부딪쳐 얼굴이 말이 아니다. ⓒ최석윤

찬바람이 불어도 여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한빛이. 아침마다 경기가 일어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녀석을 질질 끌다시피 학교에 보낸다.

교실에서 지내는 것이 예전만 못하고, 생기가 없는 모습이 보기 안쓰럽기만 하다. 비실비실 걸어 다니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이 다가와 아는 척을 해도 제대로 얼굴을 들어 쳐다보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반응도 시들하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교실에 가니 어른이 3명이다. 한 사람은 못 보던 사람이라 다른 학부모로 생각을 했는데 보건선생님이시란다. 새로 오신 분이라 알아보지를 못했다. 담임선생님이 한숨을 쉬며 다가와 걱정스럽게 이야기 한다.

“오늘 한빛이가 잠깐 사이 경기를 하면서 책장에 부딪쳤어요”

“그건 일상다반사니 너무 담아두지 마세요”

웃으면서 선생님을 안심시키려는데 선생님은 그게 아니다.

“모서리에 찧기라도 하면 많이 다칠 텐데, 오늘 너무 놀랐습니다”

“집에서는 그것보다 더 심하게 하거든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너무 놀라 보건선생님도 올라오셨어요”

“그러고 말거든요. 어디 깨지면 병원으로 실려 보내면 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놀라운 모양이다

“아버님 너무 쉽게 말씀을 하세요”

어색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선생님께 달리 이야기 할 것이 없다. 많이들 놀라신 모양이다.

보조 선생님은 진정이 안 되는 모양이다.

“경기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면 부담만 커지니 그저 일상의 하나로 여기세요”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면서 조금은 씁쓸하다.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은 행동반경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아이가 교실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안전을 고려해 아이를 살피게 되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아이와 충돌할 일이 많아져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는데 말이다.

선생님들의 걱정이 더 커진 것 같다. 이미 경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너무도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그 심각함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안전을 생각한다면 짐이 덤터기로 옮겨진 셈이다.

약 때문에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징후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인지 아이의 생활이 엉망이다. 아이가 그러하니 우리들의 생활도 덩달아 엉망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늘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일까.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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