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대운하 관련 문건들이 발견되고, 선거가 시끌벅적하니 왁자하다. 대운하 건설이라는 국가적인 시책이 일부 집단에 의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이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방식이나, 돌발적으로 발표하고 보는 것도 우려의 한 부분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반대를 하고 운하사업에 국민들의 혈세가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 가늠도 못하는 와중에 삽질은 하고 보자는 식으로 일 처리하는 모습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장애인과 관련한 정책들을 깃발을 꽂아 놓고 앞만 보고 내달리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정부가 장애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서 그것들을 ‘개선해야 겠다.’는 마음은 가지기나 하는 걸까.

성인 장애인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방침은 가지고 있는 것인지, 활동보조원 사업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지 관심은 있는지, 특수교육의 문제가 어떻고, 교육환경은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장애인들의 이동과 관련해서는 어떤 편의를 제공해야 할지, 공공시설물에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들고 날 수 있는 시설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장애인들의 삶의 질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 뭐 물고 늘어지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 한 곳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장애인과 관련한 부분들은 과거에 갇혀 있다고 할 정도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국민을 위해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말을 한다. 그런 관점으로 국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언제쯤이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장애인의 날이라고 체육관에서 성대(?)하게 잔치나 한 번 열어주고 입바른 소리나 해대면서 생색을 내고 말려는지도 모른다.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강금실’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굽힘없이 제 길을 가는 이 정부를 뭐라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다.

뚝심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고집이라 하기도 그렇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는 지금 저들의 눈에 소외된 사람들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눈에 들기나 할까.

혹시 앞으로 5년 동안을 지금처럼 즉흥적인 대책을 가지고 이야기 하면서 지내는 것은 아닐지, 아니면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국민 다수가 반대해도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이고, 불이고 가리지 않고 나서서 모든 민원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대통령이 해내겠다고 설레발을 놓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는 모양새를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아 걱정이 걱정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시설에 처박혀 짐승처럼 살다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주검으로 평생을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제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먹고 싸는 것’마저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능력을 검증받기 전에 편견의 눈총으로 구석으로, 구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철에만 대접을 받고, 이내 잊혀지고 외면당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는 분명 존재하지만 투명인간처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서 대통령은, 정부는 무엇을 해 줄 것인가.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처럼 장애인들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정책들을 만들어 제대로 한 번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일까.

운하와 장애인의 삶. 어디가 우선인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래의 것을 위해 지금을 투자해 건설하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지금 고통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떤 설계를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 좀 해주면 안 되겠니?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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