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절친한 관계를 맺어가는 중인 한빛이. ⓒ최석윤

한빛이가 학교에서 유명해져 있다. 무엇을 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하고 다니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을 테고, 선생님의 친절한 교육의 효과도 톡톡하게 한 몫을 한 이유다.

학부모 총회에서 반 부모들에게 한빛이 소개를 세세하게 해주고 난 후 어른이고, 아이고 한빛이가 지나가면 다가와 한번 말을 걸어 보곤 한다.

아침 등교시간.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좀 일찍 나섰지만 여전한 한빛이 걸음은 시간이 아무리 재촉을 해도 여유만만이다. 저 할 것 다하면서 교문을 들어서자 엄마들이 아는 척 한다

"니가 한빛이구나"

"한빛이 지금 가니?"

"한빛, 얼른 가야지. 선생님 오셨다"

소 닭 보듯 하는 한빛이. 학교 파하고는 보조원 선생님 손을 잡고 비실거린다. 잘 가라고 인사를 하자 손도 흔들고, 한 번 안아도 주고, 나름대로 친한 척을 하고서는 운동장 돌멩이 수집을 해주고, 솔가지 떨어진 것을 하나 주워들고는 입에 물어주고, 주윤발이라도 된 양 나름 폼도 잡아가며 내려가는데 뒤에서 소란한 발소리가 따라온다.

"한빛", "한빛이다"

이번에는 아이들 소리가 우르르 몰려온다.

"그거 먹으면 안 되는데…."

"이거 뭐예요?"

입에 물고 있는 솔가지를 보고는 한마디씩 한다.

"왜 뇌를 다쳤어요?"

한 녀석이 물어보자 옆의 녀석이 거든다. (요놈은 일전에 만나 이야기를 들었었다.)

"세균이 머리에 들어간 거야"

"왜?"

"그냥"

"안 씻어서 그런 거야?"

"그건 아니고 세균이 몸으로 들어간 거야"

그러더니 한빛이 볼을 잡아끈다. 어른들이 귀여운 표시하는 것처럼 하는데 한빛이는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는 또 한참을 설명을 하면서 마치 자신이 보호자가 된 듯 열심히 가르쳐 준다. 지나가면서 한 번 해준 이야기를 잘 소화해서 대변인 역을 해준다. 고맙지 뭐.

아침, 점심으로 알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지내기 편한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한빛이가 그에 잘 호응을 해야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데 이놈이 늘 문제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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