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이는 지적장애와 간질을 앓고 있는 12살 몸에 2살의 정신으로 지내고 있다. ⓒ최석윤

한빛이의 관심사는 책과 카드, 신문과 병뚜껑이다. 다른 건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병뚜껑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물건이다. 종이야 가위만 없으면 저 혼자 잘 놀고 가끔 찢기를 해서 그렇지 자르기 시작을 하면 아주 잘게 썰어 치우기도 힘들게 하곤 하지만 병뚜껑의 경우 병과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이다 보니 병 안에 음료수나 물이 들어 있으면 대략 난감한 일들이 벌어져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기분이 좋아도, 좀 거슬려도 병을 들고 흔들고, 내용물을 획하니 뿌려대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난처한 경우를 만든다. 뚜껑을 닫아두면 이제 여는 것을 할 줄 알아서 저 혼자 열고 마시고 하다 슬그머니 거꾸로 들어 쏟아내기도 한다.

특히나 화장품 같은 것들은 높은 곳에 보관을 해야 서로 맘 상하는 일이 없다. 화장품 뚜껑을 열어서는 이리 저리 바르고 하다 먹기도 하더니 이제 먹는 일은 없지만 온 방을 썰매장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벽이고 옷이고 농이고 다 바르고는 제 머리도 떡을 만들어 놓아 비싼 것들은 속이 뒤집히는 일도 있다.

이놈이 장시간 조용한 경우는 꼭 그런 때이다. 사고를 치고는 눈치 살살 보다가 좀 험악해 지려하면 제 놈이 먼저 선수를 치며 소리소리 지르며 누워 버리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듯이 들러붙어서는 힘으로 어찌 해보려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뚜껑 있는 것들은 모두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야 싸울 일이 안생기니….

어디에고 관심을 가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정말 자기 입맛에 맞는 그런 것을 찾아 특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글이나 어떻게 쓰며 지내게 하면 제일 좋겠는데 그건 좀 어려울 듯싶으니 다른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놈은 무엇으로 유명하게 만들지? 수영이나 달리기는 있고, 피아노도 있고, 글쓰기만 남았는데…. 감성이 있기는 할 텐데 그걸 어떻게 꺼내게 할까? 아니 글을 먼저 배워야하는데…. 역시 틀렸군. 병뚜껑에나 관심 두며 살라 해야겠네….

[제3회 에이블퀴즈]퀴즈를 풀면 선물과 지식이 팍팍!!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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