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온천 입구. ⓒ정재은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을 거치며 흘러온 겨울에 자연은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인간사야 오죽이나 위축되어 있을지 움츠러든 내 어깨를 보면 알겠다. 춥다고 움츠리기 보다는 겨울에 푹 빠질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을 만들자.

깊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들꽃의 꽃술처럼 눈에 띠는 곳이 있었다. 밋밋한 겨울 산 가운데 색색이 알록달록해 보이는 마을은 보기만 해도 반갑고 따뜻해 보인다. 마을 이름처럼 따스한 울진군 온정(溫井)면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우리나라 대표 온천인 ‘백암온천’이 이곳에서 열기를 뿜고 있기 때문인데 백암산 동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백암온천은 겨울관광지로는 으뜸가는 명소로 뜨거운 자연 유황천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 온천의 대명사답게 신라 때부터 알려진 유서 깊은 온천으로 대부분의 국내온천이 수량이 고갈되거나 수온이 낮아 물을 데워 쓰고 있는 데 비해 백암온천은 수온이 섭씨 48도까지 올라가 식혀서 온천탕으로 보낸다고 하니 온천의 진위(眞僞)를 떠나 진정 온천중의 온천인 것이다.

이 지역 전설에 의하면 신라시대에 사냥을 하던 한 사냥꾼이 창을 맞고 상처를 입은 사슴을 쫓던 중 분명 큰 상처를 입었던 사슴이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어 멀쩡히 도망쳤다고 한다. 이에 놀란 사냥꾼이 사슴이 쉬던 장소를 살펴보니 뜨거운 샘이 솟고 있었다는 것. 이는 백암온천의 효험에 대해 우리 조상님들의 구수한 입담에서 나온 정다운 표현인 게 틀림없다.

백암산자락에서 바라본 온천 전경. ⓒ정재은

온천뿐 아니라 등산과 바다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백암온천 여행에 주어진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백암산 자락에 고즈넉이 숨어 있는 온천이라 눈을 돌리면 백암산 등산로를 이용, 등산이 가능하다. 특히 백암산 정상에서 보는 동해의 일출은 잘 알려져 있으며 날씨가 좋으면 울릉도까지 관망이 가능하다고 한다.

등산에 자신이 없다면 바다구경을 가자. 온천 지구에서 차를 몰고 7번국도 쪽으로 15㎞쯤 달리면 출렁이는 동해바다가 맞아준다. 국도를 따라가는 해안도로 곳곳에는 어디를 들러도 겨울바다의 매력이 가득하다. 특히 11월에서 2월까지는 영덕을 중심으로 울진 지역까지 대게가 한창이기 때문에 계절의 별미, 대게를 저렴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즐겁다.

여행은 맘먹기 나름, 동해안의 중심에 있는 만큼 위로 향하여 강원도 동해안도 맛보기로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겠다.

영덕 후포항의 겨울. 고즈넉하고 은은하다. ⓒ정재은

또한 내륙으로 눈을 돌리면 청송으로 내려와 주왕산에 이어지고 울진 청송을 지나는 국도 도로변의 사과농장에서 내놓은 먹음직한 사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추운 겨울에 무슨 드라이브냐고 핀잔주는 이들도 있지마는 창밖으로 느껴지는 찬 기운이 코끝에 일 때 느껴지는 상쾌함이란 진정 겨울 드라이브의 참맛이다.

오지라면 오지라 할 수 있는 경북내륙으로의 드라이브는 비록 푸른 실록의 산림이 아니라 해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인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상상력이 가득한 길이기도 했다.

동해안 7번 도로가 뚫리고 태백산맥을 넘어 영주로 통하는 36번 국도가 확장되면서 이곳은 ‘교통오지’에서 벗어났다. 신기한 것이 백암온천까지 가는 길이 멀다 느껴졌어도 일단 백암온천에 들어가 주위를 돌아보면 관광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머무는 동안 내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장 제철인 영덕 대게. ⓒ정재은

그러나 주변관광지가 나를 오라 손짓해도 추운 겨울 따뜻한 온천물의 유혹은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주저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그곳에 간다면 심신의 피로를 충분히 해소시키는 에너지 충전의 기회가 되겠다.

온천물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달래며 겨울을 잊고 지내다보니 어디선가 봄이 오는 기운이 느껴진다. 입춘(立春)은 겨울 산자락을 타고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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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 재직 중이다. 틈틈이 다녀오는 여행을 통해 공단 월간지인 장애인과 일터에 ‘함께 떠나는 여행’ 코너를 7년여 동안 연재해 왔다.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심리활동이다. 여행을 통해서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기쁨을 갖는다. 특히 자연은 심미적(審美的) 효과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 주는 심미적(心美的) 혜택을 주고 있다. 덕분에 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장애라는 것을 잠시 접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자연의 많은 혜택과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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