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교육에 관한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사교육도 줄여야 하고, 입시문제, 공교육 문제, 거기에 영어의 보편화를 위한 고민까지…. 하지만 인수위원회의 교육관련 정책들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해봐야 입만 아프고, 다른 내용들은 다 접어두고 팔이 안으로 굽고,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수많은 이야기 중에 딱히 눈에 들어오고, 귀에 꽂히는 이야기가 없어 ‘시비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수틀림이 은근히 작용을 하게 된다.
새 정부 교육정책의 어디에도 장애인의 교육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인수위나 당선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뭐 다수의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다 보니 소수의 아이들에 대해서 소홀했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교육이라는 것이 모든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편적인 권리에 해당하는 것이니 우리 아이들(장애학생)을 위한 언급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특수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지금의 교육정책은 말 그대로 팔다리 멀쩡하고 정신 멀쩡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모든 학생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대학을 가는 것도 좋고, 영어로 수업을 하자고 하는 것도 다 좋다.(그렇다고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야 그럴듯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의문을 제시한다면 그것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장애학생들에게 당장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점검을 해보고 ‘교육에서 소외되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아무리 기다려도 저 입들에서 그 말은 나오기 어려울 듯하다.
선진교육을 들먹이면서 돼 장애학생들을 위한 선진화 시스템은 외면하는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하는 아이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것인가? 장애가 있다고 대학을 가지 못하고, 직업도 가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눈 감고 모른 척 넘어가려는 것인가? 영어교육을 위해서 5조원의 예산을 들이겠다고 말하면서도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인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면서도 역시 장애학생을 위한 정책은 없다. 일반가정에서 느끼는 부담의 몇 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장애아를 둔 가정인데 그들의 사교육비는 사교육 축에도 들지 못한단 말인가?
생활이 어려워 아이와 함께 목숨을 끊는 부모가 생기고 장애아동을 키우기 힘들다며 장애아동과 함께 이 사회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무엇 하나 해 낼 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스스로 가정과 가족, 아이와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생겨나도 누구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실에서 과연 어떤 답을 만들어 보여줄 수 있을까.
장애인에게 교육은 삶의 기초가 된다. 사회로 들어가기 위한 전초가 학교이고 그곳에서 크든 작든 배워나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커가면서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시행령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 내용은 둘째 치고 그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최소한의 지침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다려 보는데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을 길거리에서 생활한 부모들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꿈은 너무나도 소박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도 힘든 일인가?
장애인도 다 같은 사람이고 모든 사람들이 누리고 가지려 하는 것을 똑같이 행하고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나라의 모습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 입으로 소외받고 차별 받으며 생활하는 장애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좀 해 봤으면 한다. 정답을 만들지 못하겠거든 언제라도 부모들과 자리를 하면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인지 터놓고 이야기 해 보는 것은 어떤가. 기대가 기대로 사그라지지 않도록 보듬어 주는 넉넉함을 보여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