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겨울의 막바지이고 입춘(立春)은 벌써 담 너머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지만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듯 내려주는 한얀 눈과 강추위가 밉지마는 않은 이유는 춥다고 움츠리고 있기엔 우리의 열정은 너무 뜨겁고 우리의 감성은 너무 불타기 때문은 아닐까?
솔직히 사진으로 보는 겨울산은 너무 낭만일색이지마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어서 나는 내 생애 일대에서 산 정상에서 눈 덮인 산하(山河)를 감상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런데 우리네 땅을 맴돌다 만난 덕유산은 그 접근성과 아름다운 정경으로 나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던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를 하나의 지형으로 생각했을 때 그 중심에 우뚝 서있는 덕유산은 지리적으로도 중심이라 여행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지 않았다.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내려앉은 무주는 산속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었던 소박한 마을이었다. 산길을 따라 소박한 드라이브를 하고 도착한 무주리조트 또한 덕유산자락에 오오 삼삼 줄을 맞추어 겨울리조트의 정취를 자아낸다.
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눈덥힌 산위를 내려다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즐거움도 잠시 향적봉에 도착하니 정신이 아찔한 칼바람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 건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겨울옷을 두르고 있는 우리네 산하였다.
금방 눈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산정상위의 고독한 칼바람이 눈물과 엉켜 붙어 결정(結晶)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상념에 젖어들 때 쯤 하늘이 열리더니 하얀 눈꽃 세상이 열린다.
아! 이것이 겨울산 이구나. 한참을 멍 하니 서있었다.
향적본 위에 있는 산장에서 몸을 녹일 수 있고 원한다면 이곳에서 시작해 20분 정도 등산을 하면 해발 1,614m 인 향적봉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머금고 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하늘이 열리고 구름이 열린 덕유산 아래 펼쳐진 산과 바람과 눈의 향연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겨울 추억을 선사하고 있었다.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