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리조트에서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곤도라. ⓒ정재은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겨울의 막바지이고 입춘(立春)은 벌써 담 너머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지만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듯 내려주는 한얀 눈과 강추위가 밉지마는 않은 이유는 춥다고 움츠리고 있기엔 우리의 열정은 너무 뜨겁고 우리의 감성은 너무 불타기 때문은 아닐까?

솔직히 사진으로 보는 겨울산은 너무 낭만일색이지마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어서 나는 내 생애 일대에서 산 정상에서 눈 덮인 산하(山河)를 감상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런데 우리네 땅을 맴돌다 만난 덕유산은 그 접근성과 아름다운 정경으로 나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던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바람과 추위만으로 맺어진 결정체는 지쳐있는 나의 마음과 같았다. ⓒ이정철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를 하나의 지형으로 생각했을 때 그 중심에 우뚝 서있는 덕유산은 지리적으로도 중심이라 여행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지 않았다.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내려앉은 무주는 산속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었던 소박한 마을이었다. 산길을 따라 소박한 드라이브를 하고 도착한 무주리조트 또한 덕유산자락에 오오 삼삼 줄을 맞추어 겨울리조트의 정취를 자아낸다.

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눈덥힌 산위를 내려다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즐거움도 잠시 향적봉에 도착하니 정신이 아찔한 칼바람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 건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겨울옷을 두르고 있는 우리네 산하였다.

금방 눈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산정상위의 고독한 칼바람이 눈물과 엉켜 붙어 결정(結晶)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상념에 젖어들 때 쯤 하늘이 열리더니 하얀 눈꽃 세상이 열린다.

구름이 거친 하늘과 설경. ⓒ정재은

아! 이것이 겨울산 이구나. 한참을 멍 하니 서있었다.

향적본 위에 있는 산장에서 몸을 녹일 수 있고 원한다면 이곳에서 시작해 20분 정도 등산을 하면 해발 1,614m 인 향적봉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머금고 길을 돌려야만 했다.

설경. ⓒ정재은

향적봉에서 한컷. ⓒ정재은

그렇지만 하늘이 열리고 구름이 열린 덕유산 아래 펼쳐진 산과 바람과 눈의 향연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겨울 추억을 선사하고 있었다.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 재직 중이다. 틈틈이 다녀오는 여행을 통해 공단 월간지인 장애인과 일터에 ‘함께 떠나는 여행’ 코너를 7년여 동안 연재해 왔다.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심리활동이다. 여행을 통해서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기쁨을 갖는다. 특히 자연은 심미적(審美的) 효과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 주는 심미적(心美的) 혜택을 주고 있다. 덕분에 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장애라는 것을 잠시 접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자연의 많은 혜택과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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