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세상을 원하고,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상식이 통하는 세상, 진실이 넘실대는 세상, 정의가 올곧게 선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구촌을 통 털어서 전쟁이나 내전을 제외하고 일 년 내내 시위가 벌어지는 나라는 아마도 여기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도시빈민, 비정규노동자, 장애인등 소위 이 사회의 약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의 권리 찾기는 연중무휴(年中無休)로 일어나고 있다.

모든 정권들이 권력을 탐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외면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장애인들 스스로 주체성을 찾아 빼앗긴 권리를 행사하자는 운동으로 발전해 왔다.

이동권과 교육권등 가장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요구를 시작으로 올 한 해를 길바닥에 비닐 깔고, 비바람을 맞아가면서 싸운 결과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냉담한 반응에 분노하고 있으며, 선심 쓰듯이 주는 행정적인 지원들이나 제도는 속빈강정이라 할 정도로 너덜대고 있어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말로는 '누구나' 대한민국에서 권리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장애인은 ‘누구나’에 해당하지 못하고 마치 별천지에서 뚝 떨어진 사람인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상한 집단으로 남게 된다.

어떤 권리도 가지지 못하고, 방안에 갇혀 일생을 보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일일이 열거하면서 이야기 하자면 입만 아플 지경이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모든 권리는 서랍 속에 넣어 두고 선거철에나 시선을 받고, 장애인의 날이 되어야 관심을 받는 존재로 말이다.

큰마음 먹고 집 밖에 나서면 온갖 시선들이 따가울 정도 온 몸에 꽂힌다. 마치 ‘집에 가만있지 왜 나와 다녀?’하는 식이다. 냉대와 무관심, 그리고 활동을 규제하듯 만들어 놓은 모든 시설물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차별들이다. ‘감히 어딜 나다니냐’는 식으로 거리며, 건물들은 장애인을 위한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통령은 좀 나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당선자가 한 말들을 종합해 보면 기대할 만한 구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장애인은 없다.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이 대접을 받게 하겠다하지만 거기에도 장애인은 없다. 교육을 말하고, 경제를 말하고, 복지를 말하지만 그 어디에도 장애인은 없다

(7대 프로젝트에 나오는 정책이라 하는 것들은 이미 이전부터 제목만 달아 놓은 것들일 뿐 그 시행과정에서의 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마련 방안인데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또 5년을 길바닥에서 지내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삶의 가치를 가져야 할까?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나, 희망, 그것들의 가치를 소중하게 가꾸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지만 대답은 ‘아니올시다’로 맺어진다. 모든 사람들이 꿈을 간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장애인들은 꿈만 가지고 있을 뿐 이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좀 산다하는 나라를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도 어지간하다고들 하는데 그런 나라들과 견주어 보면 장애인들의 삶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지경에 놓여 있다. 그러면서도 소중하게 꿈을 키워가라고 말을 한다. 어떻게 키워가야 할까? 꿈을 가지라고만 하지 말고 그 방법도 알려주면 더없이 좋겠다.

현실은 너무도 암울하기만 하고, 장애인이 나서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적 환경에서 어떤 꿈을 어떻게 가꾸며 살아가야 할지 어지럽기만 하다.

장애아(兒)를 키우면서 이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물음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선거철과, 장애인의 날에만 대접을 받는 사람들. 체험이라는 것도 휠체어 한 번 타고서는 힘들다고 간명하게 평가를 해대고는 돌아서서 나 몰라라 하는 높으신 양반들을 보면서 ‘누구나’ 가질 수 있고, 펼칠 수 있는 그 꿈을 장애인들만 인정받을 수 없다면 이 나라에서 ‘누구나’의 범주에도 들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는 점점 커가고, 세상은 눈 감고서 자신들만을 위해 모든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이 세상에서 아이를 위해 내가 꿈꾸고 이룰 수 있는 세상은 무엇인지 그림을 그려본다.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환경, 누구를 만나도 주변의 눈총을 받지 않고서 활짝 웃으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환경, 어떤 크기든 간에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꿈꾸지만 이 꿈은 정말 꿈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이 두 쪽이 난다면 모를까.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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