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공약에서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인수위의 교육부와 관련한 발표를 보면서 의아해지기 시작한다.

우선 대전제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약속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발표된 내용을 보면 교육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대학의 자율권을 점진적으로 넓혀 가겠다는 것과 시·도교육청에서 특목고, 자사고 등을 설립해 나가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교육부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폐지까지 거론되고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의 확대와 특정 고등학교의 난립이 불러올 파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우선으로 틀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은 시장만능주의에 교육을 맡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없이 교육 전반의 기틀을 송두리째 흔들어 뽑아내겠다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차기정부의 교육정책이 바르니, 그르니 따지기 이전에 짚어 볼 것이 있다.

지금도 장애인교육에 관해서는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기분인데 앞으로 교육의 시장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면 누가 장애인교육에 투자를 할 생각을 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공간을 염두에 두겠는가?

차별과 소외, 편견으로 가득한 장애인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앞날을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의 시장화를 이야기하면서 공교육의 전반적인 흔들기에 들어간다면 장애인교육문제는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교육복지를 말하고 특수교육을 말하면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반대의 행보는 이해하기 힘들다.

공교육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단기적인 방안으로는 해결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문제를 엉뚱한 곳에서 해결을 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니 답답함과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앞으로 모든 가치는 대학에 두게 될 것이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보다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사교육은 더욱 더 창궐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장애인들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학은 선발권과 입학전형 그리고 운영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학생들과 학부모를 위협할 것이고 특정 고등학교의 난립은 대학으로의 줄서기를 부추길 것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역시 대학으로 가는 관문의 하나인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 더 나은 환경을 좇아 갈 것이다.

결국은 교육 전 과정이 대학으로 가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 안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모든 가치가 한곳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장애학생들은 갈 곳도 설 곳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우려에서 나오는 것이고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책의 전반적인 것들이 시장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경우 이익을 위해 몰려드는 것들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로 드러날 것이고 결국 소외계층은 생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자본이 우선인 세상이라고 해도 교육에서만큼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라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만능에서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틀을 좀 더 강고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의 질을 담보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성인장애인들이나 현재 장애학생을 둔 부모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특수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도 시원찮을 판이다.

장애인들에게 교육은 일반인들이 가지는 가치의 몇 배나 높은 것이다. 다양한 교육(직업, 전화, 치료 등)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몇 년 동안 해오고 있지만 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정권이 바뀐다고 교육전반을 뒤흔들어 놓는다면 소외되고 차별받는 장애인교육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사교육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우선이다. 그것을 그대로 두고서 새로운 교육정책을 혁신적으로 펼쳐 가겠다는 것은 모순(矛盾)이다. 지금 그려지는 그대로 교육정책이 만들어 지고 집행이 될 경우 장애인교육은 더 표류하게 될 것이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기본적인 혜택이라 할 수 있는데 특정인들에게 부여되는 특별한 것으로 만들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소외로도 충분히 상처를 받았다. 이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길 바란다.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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