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손으로 소통하는 세상, 완주군 농아인 게이트볼 친선경기” 시작에 앞서 경기개시대열에 서 있는 선수들. ⓒ김최환

지난 11월 24일에는 전북 봉동읍에 위치한 완주군 게이트볼 구장에서 전북 도내 각 지역 농아인(청각장애인) 게이트볼 팀들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손으로 소통하는 세상, 완주군 농아인 게이트볼 친선경기”가 있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6팀 중 5팀은 모두 청각장애인들로서 게이트볼을 통해 각 개인의 건강증진과 회원 간 화합을 도모하는 생활 스포츠에 동호인으로 참가하는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에 참가한 또 다른 한 팀은 유일하게 청인(비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최 측에서 경기 대진을 맞추기 위해서 초청한 팀이라고 했다. 그리고 경기 진행 요원들(수어 통역사들)이나 심판원들은 비장애인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결국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운동하는 배리어프리 스포츠의 일환이 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청각장애인 게이트볼 ‘한마음’ 팀원으로 선수(게이트볼에서는 ‘경기자’라고 함)로 참가하게 되었다. 게이트볼은 한 팀에 5명의 선수와 2명의 교체경기자, 1명의 전임 감독으로 한 팀을 구성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번 대회에서는 각 팀당 5명의 청각장애인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여 출전하게 되었다.

이번 교류대회는 다른 유형의 대회와는 달리 대부분의 선수들이 농아인들로서 모두가 ‘수어’로 경기를 진행하고 작전 지시 등을 소통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손으로 소통하는 스포츠 대회라는 것이다. 따라서 손으로 말하는 수어를 모르면 경기 진행과 심판행위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조금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회에 참가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염려와 걱정이 있었다. 그것은 대회 진행요원들이 경기 진행 요령과 매뉴얼을 얼마나 잘 숙지하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해 갈 것인가? 심판원들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장애 인식이 얼마나 개선되어 있는지, 그리고 선수들과의 소통의 도구로 쓰이는 ‘수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가 궁금하기 시작했다.

사실적으로는 다른 유형의 장애인 대회일 경우에는 ‘소리 내어 말하는 음성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하기 때문에 같은 청인들의 입장에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각장애인(난청인 포함), 특히 농인 선수들에게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어 통역사들이 통역으로 중개하여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지원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번 농아인 친선 교류대회에서 이런 염려들이 사실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먼저 심판원들의 청각장애인들에게 대한 장애인식 부분과 심판행위에 대해서 그렇다.

필자는 국가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소유자이자 게이트볼 지도사와 1급 심판 자격을 갖추고 있고 여러 장애인스포츠 대회의 진행요원과 심판원으로 참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어를 조금은 사용하고 있어서 농아인 게이트볼대회뿐 아니라 청인 스포츠 사회에 대해서도 전문인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친선 교류대회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문제를 들여 다 볼 수 있었다.

첫째는 심판원들이 농아인들에 대한 장애인식이다. 농아인이란 음성언어로 말하거나 듣는 것에 일정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언어장애인, 난청인, 농인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심판원의 자세를 살펴보면 ‘너희들이 게이트볼을 얼마나 알아?, 농아인들이잖아.’ 하는 식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를 진행하고 심판을 보면서 심판 복장도 갖추어 입지도 않았고, 심판이 지참해야 할 도구들(코인, 완장 등)도 준비해 오지 않았고, 심판의 위치와 자세가 엉망이었다.

비장애인 대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무례한 아니 자격이 없는 심판의 모습이었다. 반칙 적용이나 처리도 그렇고 대충대충 해치우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농아인 즉 장애인들을 우습게 보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다수가 비장애인 대회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발휘하고 입상하는 자들도 많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 선수들의 경우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 비해 월등한 운동신경과 체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둘째는 심판원들의 자질이다. 이번 심판원들이 농아인들이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손짓, 표정 등의 수어를 알아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심판행위에서 심판 같지 않은 판정, 제스처, 위지 선정, 승패와 득실점으로 순위 등급 정하기 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나의 예로 타자가 터치된 타구를 스파크타격 하기 위해 세트하고 자구를 타격했을 때 자구가 발밑에서 빠지면 타자와 자구는 아웃 볼 조치를 하는 게 맞는데 자구와 타구를 그대로 두고 타자만 아웃시키는 실수를 가끔 범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가끔 동네 연습경기에서나 하는 판정 조치인데 이것을 선수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일 것이다.

또 하나는 전체 경기가 끝나면 조별로 각 팀의 승·패와 득·실점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이것은 물론 경기 진행 본부에서 하게 되지만 이날 대회의 진행요원은 이러한 득점 관리에 대해서는 생소한 사람들이라서 당연히 심판원들이 해주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순위 집계관리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이다.

주심을 맡았던 심판원이 2조에 속한 팀들이 모두 똑같이 1승 1패를 기록하여 각 팀의 득점과 실점을 따져보고 점수 차이를 채점하여 순위가 결정되는데, 득점을 많이 하는 팀을 1위로, 득점이 적은 팀을 꼴찌로 기록하고 떠난 것이다.

이제 각 조에서 1·2위 팀들이 토너먼트 준결승전에 진출하여 경기를 갖게 되는데 경기에 앞서 토너먼트 대진표를 살펴보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한번 순위 집계표를 진행요원과 함께 들여다보았는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진행본부 요원들에게 순위 결정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각 팀의 득점과 실점의 차이를 집계해 본 결과 득·실점의 차이에 변화가 있었다. 1위로 기록된 팀은 실점 부분에서 득점보다 –2점, 꼴지 팀은 득점보다 –1점으로 나타나서 결국은 –1점을 기록한 팀이 앞서게 되어 2위를 차지하여 준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심판원이 이런 부분까지 계산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잘 모르니까 대충 집계해 놓고 대진표에 기록하고 떠나버린 것이다. 이것은 심판의 전문성과 자질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일련의 문제점들을 보면서 심판의 역량과 자질, 그리고 전문성, 장애인식 개선을 누누이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어찌되었던 ‘손으로 소통하는 스포츠, 농아인 게이트볼 친선 교류 경기’는 청각장애인들과 통역사 진행요원들의 참여와 협조 아래 재미있고 즐겁게 다음을 기약하여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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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최환 칼럼니스트 38년 간의 목회생활에서 은퇴하고 인생 제2막으로 국가 체육지도자 자격증(제7520)과 경기단체종목별 심판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스포츠지도사로 체육교실과 동호인클럽을 지도, 감독하고 있으며, 전국, 지방 각종 유형별 대회 등에 심판 혹은 주장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한장애인슐런협회 등 경기종목단체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배리어프리(무장애)스포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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