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본 필자는 그동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경험이 계속 떠올랐다. 이태원 참사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나 축제 등에서 통제와 질서유지가 안 되었을 때. 어떠한 불상사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필자도 과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이때 상황에 대한 설명과 장애인에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약 7년~8년 전에 겪은 경험을 얘기하면, 업무가 밀려 토요일에도 공덕동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을 마치고 오후에 지하철을 이용해 퇴근한 적이 있다. 사실 공덕역은 평일에는 사람들이 출퇴근으로 인해 많이 붐비는 역이지만, 주말에는 비교적 한산한 지하철역으로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은 역이다.

하지만 이날은 상황이 매우 달랐다. 공덕역에 도착하여 승강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 후 승강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승강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5호선 공덕역 승강장은 그리 좁은 승강장이 아니다.

특히 승강장은 엘리베이터와 한참 떨어져 있어 그만큼 공간이 넓은 곳이었으나 이날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사람들로 매우 가득 차 있어 엘리베이터에서 단 10cm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꽉 차 있는 사람들을 보며 당황스러움을 넘어 공포감이 밀려왔다. ‘내가 어떻게 저 많은 인파를 헤치고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에서부터 무조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간 ‘뭔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다시 대합실로 올라와 역무원을 만나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하필 그날이 세계불꽃놀이 축제가 있는 날이어서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것이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말하자 역무원이 한 시간 이상 돌아가는 지하철 노선을 안내해주었고, 평소 20분 걸린 거리를 2시간 이상 걸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몇 년 후에도 겪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유독 인파가 많이 몰려 지하철에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본인은 그 인파들로 인해 원하는 목적지에 내리지 못하고 몇 개의 역을 지나서 겨우 빠져나와 반대쪽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은 이날 월드컵경기장에서는 k-pop 콘서트가 열려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장애인 그중에서도 휠체어 같은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동선이 확보되어야 하고, 공간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다. 축제와 행사 때처럼 수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꼼짝없이 갇힐 수밖에 없다. 동선의 확보가 안 되는 것도 있지만 무리하게 이동할 경우 옆에 사람들의 발을 밟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파가 많이 몰리는 행사에 참여할 경우 필자 주변의 장애인은 평소보다 일찍 가 있거나, 인파가 몰리기 전에 나오는 등 혼잡한 시간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행사나 축제의 상황을 피해갈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혼잡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하철역 같은 경우 역무원이 동선을 확보해준다거나 아니면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대피공간을 마련해주어 혼잡도를 피해갈 방안이 필요하며 이러한 축제나 행사 시 장애인 참가자에 대한 안전대책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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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욱 칼럼리스트
‘우리나라 장애인이 살기 좋아졌다’고 많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정말 그럴까?’ 이는 과거의 기준일 뿐, 현재는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장애인정책과 환경도 변해야 하지만, 이 변화에서 장애인은 늘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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