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점자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며 문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자신감과 독립성을 물론 사회생활의 동등권을 획득하는 의사소통 수단이 바로 점자이다. 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활자(묵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라고 점자법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지난 2021년 6월 9일부터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묵자 문서를 동일한 내용의 점자(전자점자를 포함) 문서로 제공하여야 하며, 매년 시각장애인으로부터 점자 문서를 요구받은 현황과 제공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일부 개정된 점자법이 시행되었다.

이를 계기로 많은 공공기관 등이 홈페이지에서 점자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점자 단말기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자점자 다운로드 서비스가 도입하게 되어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 및 사회, 경제 활동을 위한 동등한 기회 제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국립국어원 점자규범 정비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시각장애인 교육, 보조공학기기 사용 및 점자 발전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1년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자로 선정되어 녹조근정훈장 수여의 영광을 얻은 바 있는 특수학교 교사 박성수 선생님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도 보도자료와 보도설명 게시판에 전자 점자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 기대감은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점자는 한국점자규정과 한글맞춤법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들뿐만 아니라 표의 내용은 조금만 병합하거나 분할된 셀일 경우 전혀 이해할 수조차 없는 등 매우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 것이었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문서의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문서를 제공 받은 것이며, 국가가 제공하는 공식 문서가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 휴지를 제공한 것과 같다.

이에 박성수 선생님은 “저는 시각장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이자 점자 정책 자문위원으로서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게시판 점자의 오류를 바로 잡고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나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전자점자 서비스에 대해 해당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특히 민원 글로는 도저히 문제점을 전부 설명하지 못해 따로 점자를 분석한 문서까지 작성하여 첨부까지 하였는데 바뀐 게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당 민원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개선한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답변이 있었지만, 현재 해당 서비스는 시범운영이라는 명분으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행 중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시각장애인과 점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게시판에 사용된 솔루션은 모든 문서 파일을 점자로 자동 변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얼핏 보면 모든 파일을 서버에서 자동 변환한다고 하니 매우 효율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점자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바로 표의 처리 때문이다.

표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해를 위해 점자에서는 설명식으로 풀어쓰도록 하는데, 무조건 좌에서 우측 순으로 자동변환하게 되면 그 값이 어떤 항목의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만약 표가 없는 문서라면 즉, 텍스트로만 구성된 문서일 경우 점자 서비스에 예산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시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점자정보단말기에서 텍스트를 점자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표의 내용을 정확히 점자로 제공하기 위해 점자 서비스가 요구되는데, 보건복지부는 전혀 시각장애인과 점자를 모르는 상황에서 자동이라는 편의성만 추구한 결과 매우 잘못된 점자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1월 오픈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의 전자점자는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연말정산 자료의 서식에 있는 표의 각 셀마다 페이지 제목, 표 머리글, 반복부, 항목명, 항목값, 대체텍스트 등의 점자 속성을 미리 지정하여, 해당 문서의 내용을 구조적으로 처리되어 점자로 변환되는 방식(표의 내용을 추출하여 재배열하는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이 아무리 복잡한 표일지라도 정확하게 점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메뉴별로 순차적 점자 서비스를 오픈하는 중인 어느 지자체의 경우 모든 웹페이지의 HTML에 점자속성을 지정하여 구조화된 방식으로 전자점자를 제공하고 있다. 점자 속성을 지정하는 방식은 솔루션 구입 외에도 별도의 추가작업이 요구되는데, 국세청과 일부 지자체는 정확한 점자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되는 노력과 수고를 선택한 것이다.

표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점역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점역교정사가 일일이 표의 내용을 편집한 후 점역프로그램에 텍스트를 복사하여 점자로 변환하였다. 즉 표의 내용을 정확하게 점자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원문 표의 재구성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러한 표에 대한 재구성을 프로그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홈페이지의 표나 본문을 재구성하여 점자로 변환하는 특허는 국내 모 벤처기업의 특허 기술에 포함되어 있다. 전자점자 파일의 생성을 지원하는 장치 및 방법으로 등록된 특허 내용을 보면 HTML의 속성요소에 점자속성 즉 표의 각 셀마다 페이지 제목, 표 머리글, 반복부, 항목명, 항목값, 대체텍스트 등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웹페이지 시각화를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는 UI/UX용 웹그리드 기술이 적용된 페이지의 표에서 스크린리더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확한 점자를 제공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가능하다. 졍형화된 서식 문서의 경우 도표에서 텍스트를 추출하여 자동으로 재배열하는 솔루션을 사용하는 방법이고, 보도자료 등과 같이 정형화된 서식이 아닌 경우는 전문 점역 기관과 업무 제휴를 하여 시각장애인이 점자자료 요구를 할 경우, 교정을 하여 편집된 점자문서 파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잘못된 품질의 점자를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민원을 넣었음에도 동일한 점자 서비스가 계속 시행 중인 것을 보면 형식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법적 점자 자료 제공 의무를 한 것이지, 제대로 된 문서를 제공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특히 보건복지부도 그렇게 하더라는 선례를 다른 부처도 따라 한다면 큰 일이다.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문제뿐만 아니라 한글 점자와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점자는 반드시 점역·교정사 또는 전문기관의 검수 과정이 포함되어야 하며, 검증된 오류 없는 문서를 제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많은 시각장애 전문가들은 홈페이지의 경우 우선 음성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웹접근성 지침을 준수하되 표나 숫자 등이 포함된 페이지에 대해서는 전자점자를 함께 제공하여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웹접근성 지침에 전자점자를 권장할 수 있도록 지침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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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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