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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던 정부의 2일차 UN CRPD 심의

대한민국 2·3차 병합국가보고서 심의 참관 소회-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22 17:43:14
정부심의 1일 차가 끝난 직후 심의 대응 연대에서 심의에 대해 평가하고, 다음 날 심의에 대비해 위원들이 해야 할 질문들을 논의하는 모습.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정부심의 1일 차가 끝난 직후 심의 대응 연대에서 심의에 대해 평가하고, 다음 날 심의에 대비해 위원들이 해야 할 질문들을 논의하는 모습. ⓒ이원무
정부심의 1일 차를 마친 다음, 심의 대응 연대 측에선 정부 답변 확인 후, 각 단체에서 위원들이 질문할 사항을 논의하며 질문을 작성했다. 21~33조까지 위원들이 질의할 사항은 물론, 1~20조까지 질문한 것 중 반드시 짚어야 할 것들, 또는 정부가 인권침해인지 인지하지 못한 걸 장애인권리위원들이 일침을 놓게 하는 질문 등.

필자의 경우엔 당사자 동의 없이 배부되는 위치추적장치에 대해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대답하기에, 사생활 위반은 물론 협약에도 어긋나는 거 아니냐고 위원들이 정부에게 따져 묻는 식의 질문을 추가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외에도 읽기 쉬운 자료가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서 의무제공되는지도 질문한 것으로 기억한다.

첫날 밤을 보내고, 2번째 날엔 아침 10시부터 정부심의가 시작됐다. 장애인권리위원회의 호주 출신 로즈마리 카예스(Rosemary Kayes) 의장의 심의 개회 선언 후 위원들의 11~20조 관련 질문과 1~10조의 후속질문 사항 등에 대해 정부대표단에서 답변했다.

뉴질랜드의 로버트 마틴 위원이 후견제도와 같은 대체의사결정제도에 기반한 제도와 법을 폐지하고 조력의사결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을 설명해달라는 질의가 있었다. 이에 정부대표단 측에선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게 아닌 의사능력과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제도가 후견제도이며, 가정법원에선 장애인 본인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 심판에 따라 각종 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피후견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장치가 없기에 자기결정권과 의사능력을 실질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특히 중증중복장애가 있어 복합적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한 경우 자신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 또한, 후견심판이 이뤄지고 나면, 사실상 후견 종료 결정례가 거의 없을 정도라 정부의 답변은 사실이 아니다.

장애아동의 참여 보장을 위한 조치에 대해선 장애/비장애 아동이 사회문제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나 할 말 있어요”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해 운영 중이며, 2021년 1월 아동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으로, 전체 선발인원 10~15% 범위내에 장애아동이 포함되도록 하고, 모든 아동의 참여기회 확대를 위한 캠페인 실시를 보고했다,

하지만 “나 할 말 있어요”는 스마트폰을 본인인증으로 해야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 웹 및 모바일 접근성이 취약한 지적, 자폐성 장애아동의 경우나 가난한 아동의 경우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란 지적이 있다. 더군다나 청소년특별기구 및 청소년정책위원회에 장애아동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치가 전무하기에 정부의 답변은 사실이 아니다.

본인인증을 해야 의견을 달 수 있을 정도로 장애아동에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플랫폼 ‘나 여기 있어요’ 사이트. ⓒ아동권리보장원 사이트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본인인증을 해야 의견을 달 수 있을 정도로 장애아동에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플랫폼 ‘나 여기 있어요’ 사이트. ⓒ아동권리보장원 사이트 캡처
장애인 사법지원 관련 질의에선 수어통역, 점자판결문 제공 등 12가지 편의를 제공하고, 그 외에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원하는 서비스 신청 가능하다고 정부 측에서 답변했다. 하지만 법원에 12가지 편의제공 항목이 기재돼 있단 뜻이고, 실제 청각장애인의 경우 음성증폭기 신청해도, 예산상 증폭기가 구비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오곤 한단다.

장애인 이동성 보조장치에 대한 질의에선,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 지원 위해 총 10개 사업을 통해 보조기기를 지원하며, 특히 모든 장애인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를 통해 전동휠체어, 스쿠터 등 이동성 보조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정부 측에서 답했다.

하지만, 보조기기 회사에서 구입한 물품 가격의 일정 비율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지원 한도는 10여 년째 209만 원에 머물러 있다. 의사소통 보조기기는 지원되나 중재서비스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며, 비슷한 종류의 품목은 둘 다 필요해도 중복지원으로 간주돼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지원 기간이 품목 내구연한에 비해 길어, 기간 내 파손·고장 시 자부담 재구매해야 한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지적도 있다. 결국, 지원은 되나 실효적이지 않고 자부담이 크다는 거다.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계획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선 국가 기후변화 적용대책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고, 3차 대책은 증가하는 기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회 전 부분에 기후변화적응력을 강화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사회 전 부분에 기후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과제 담고 있으며 장애인 포함한 취약계층 보호 또한 중요 핵심 전략 중 하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가기후변화대응계획엔 장애인 거주환경 개선 외엔 별다른 계획이 없고,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탄소중립 위원회엔 장애인 당사자 위원이 한 명도 없는 등 장애인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 달 전 폭우 때 11명 사망했고, 이 가운데 4명은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했던 지적장애인 및 그 가족이란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치료감호와 관련해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와 같이 장기적인 치료감호가 필요하지 않을 시 대응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질의에선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치료감호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비약물적 치료를 확대하기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응프로그램은 없고, 치료감호소 1곳당 1~2명의 의사만이 상주하고 있어 세심한 의료적 돌봄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엔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와 이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참여가 없다.

더군다나 치료감호소에 7~8인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 과밀하기에 자폐성 장애인에겐 소위 말하는 도전행동(없어져야 할 말)을 일으킬 여지를 오히려 높인다. 그런데 정부 대답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치료감호에서 빼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라 이들이 해당 형기 이상으로 최장 15년까지의 자유 박탈을 그냥 놔두는 거나 다를 바 없다.

2일 차 정부심의 때 보건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2일 차 정부심의 때 보건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이원무
정부의 답변이 끝나고, 10분 잠시 쉰 다음 21~33조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와 1~20조 추가질의가 있었다. 장애인 가족지원체계가 저소득층에게만 이뤄지고 있는데, 추가적 보조금이나 지원이 실질적으로 입양하는 가정에도 지원하고 있는지? 장애인연금 대상 및 의료급여 확대 계획은? 당사자 동의 없는 위치추적장치 협약 위반 아니냐 등등...

장애인연금과 관련한 질의에선 장애인연금 지급대상은 18세 이상이며 그 연령 미만에는 장애아동수당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연금과 장애아동 수당 급여의 경우 각각 최대치가 37만 8500원, 22만 원이라 했고,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해선 생계급여에선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의료급여에 대해서도 폐지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연금과 장애아동 수당의 인상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는 답변도 했다.

그런데, 물가와 평균 생활비를 비교하면 장애아동 수당 액수는 매우 부족하며, 장애인연금은 2022년 최저임금액 1,914,440원에 턱없이 모자라 소득 보장 기능이 부실하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장애인이 노인이 되면 장애인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는데, 받는 연금 액수만큼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가 삭감돼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를 다 받을 수 있도록 이 두 제도의 수급자격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고, 장애인연금 및 장애아동 수당의 현실화를 통해 소득보장기능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장애아동 수당 및 장애인연금 인상을 검토한다 했지만, 공직사회에선 안 한다는 말로 통용되기에 검토만 하지 말고 진짜 추진했으면 한다.

장애인 가족지원체계에 대한 질의에 대해선, 발달장애인 가족 사망에 관해 유감이며, 앞으로 지속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장애인 활동지원 및 주간활동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통합돌봄서비스의 법적 근거확보 및 중증장애아동 가족의 돌봄 경감을 위한 연간 960시간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 제공 등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가 지적·자폐성 장애인일 시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기존 활동지원 급여가 차감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장애인 당사자 권리 침해는 물론 부모의 양육 부담 경감도 되지 않는다.

작년 11월 2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등 13명이 낮 시간 이용 주간활동서비스 현재 최대 6시간에서 8시간으로, 방과 후 활동지원서비스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확대를 위한 국회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투쟁을 결의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작년 11월 2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등 13명이 낮 시간 이용 주간활동서비스 현재 최대 6시간에서 8시간으로, 방과 후 활동지원서비스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확대를 위한 국회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투쟁을 결의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그리고 연간 960시간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 제공한다는 것이 장애아가족양육지원서비스 말하는 것인데 이건 중위소득 120% 이하의 장애아동 가정과 구 장애등급 1~3등급의 경우에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거기에, 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욕구와 필요에 따른 제도가 아니기에,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른 제도다. 게다가 장애아동 돌보미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기까지 하는 등 돌보미의 처우가 열악해 실효적이지 않다.

이밖에도 조력의사결정제도 도입을 위한 조치를 설명해달라는 질의에 대해 성년후견제를 전면 폐지하면 장애인의 실효성 있는 권리행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고, 한정후견제도의 경우 피후견인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조력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피후견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장치가 없어, 조력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며, 성년후견으로 인해 금융거래도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등,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정부의 답변은 모욕적이다.

이외에도 위원들은 의료비 지원과 장애인 주치의제도에 대한 정보, 실질적 통합교육이 되지 않고 분리교육이 팽배한 이유, 장애인이 충분히 취업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한 조치와 최저임금 배제를 방지하는 조치는 무엇인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재정적 자립성을 위한 조치에 관해 설명하라는 등의 질의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면서 정부는 이런 질의들에 대해서는 서면답변으로 대체했고, 우리는 더 이상 이것들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일 차와 비슷하게 진실을 은폐하거나 치료감호소의 경우처럼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선 정말로 무지하다는 느낌까지 받게 되는 대답을 느릿하면서도 거침없이 해댔다. 서면답변으로 대체한 질의가 있게 된 데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위원들로부터 공격을 덜 받으려는 의도가 있었기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2일 차 정부심의엔 진정성이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자화자찬에 거짓이 난무한 답변들로 가득했다. 이런 정부를 보면서 장애인 권리 침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시민단체에서 강하게 들었을 거다.

하지만 장애인들과 장애인단체, 시민단체 등은 투쟁과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가 났으니, 장애인단체, 시민단체,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를 근거로 더욱 줄기차게 정부를 향해 강력히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장애인의 권리증진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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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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