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을 앓거나 혹은 종합검사를 했을 때, 대학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서는 의무기록을 작성한다. 여기에는 복부CT, 뇌CT, 초음파 및 MRI 결과를 기록하게 된다. 환자는 1~2주가 지나 그 결과를 듣게 된다. 여기에서 시각장애인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시 내 빅5 병원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채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CT를 비롯한 MRI 결과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간단히 얘기하곤 진료를 끝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미묘한 부분의 이상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필자는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한 대형병원에서 복부CT 및 뇌CT, 혈액 검사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타 병원에 결과지를 제출하기 위해 의무기록사본증명서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료정보가 많았다. 단핵구 수치와 리파아제 수치가 높았지만 의사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물론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환자 당사자의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기록은 점자나 시각장애인이 알아볼 수 있는 변형된 형태의 자료가 없기에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활동지원사 및 지인을 통해 읽어달라곤 할 수 있겠지만, 나의 감추고 싶은 민감한 정보를 고스란히 알려주는 일이 되기에 불편하다.

몇 년 전 시각장애인단체로부터 의무기록사본증명서를 점자로 제공하라는 인권위의 권고결정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여전히 이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병원에서 응해주지도 않고,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해야 된다는 인식조차 있지 않으니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는 매우 불편할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해서라도 시각장애인이 본인의 의무기록을 타인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건강을 챙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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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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