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하철에서 고등학생들의 아카펠라 동아리 ‘스윗사운드’가 퇴근길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던 플래시몹 ‘오늘도 수고했어요’ 공연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예정 없이 갑자기 나타나 공연을 하는 플래시몹 공연은 YTN 뉴스를 탔고,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온라인에 공개하였다.

동아리 단원이었던 양드림(26세)은 광신고 아카펠라 동아리 스윗사운드에서의 경험과 열정을 이어서 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에 입학하자 숭실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슈가’를 결성하였다. 숭실대학교의 SSU와 달콤한 설탕을 연상시키는 단체명 슈가를 만들어 회장직을 맡아서 가장 활동적인 동아리로 성장시켰다. 슈가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순수와 열정, 그리고 예술의 조화와 감미로움을 통한 사랑이 전해진다. 양드림은 기빙드림이라는 블로그 활동을 통해 동아리 활동이 대학 내 활동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향기를 퍼지게 하는 역할도 하였다.

양드림은 어릴 때부터 작은 가족 같은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회자이신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왔다. 대학을 졸업하면 더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4학년 때에 전공을 살려 예술 마케팅과 홍보,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일을 꿈 꾸며 창업 준비해 왔다.

먼저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시각장애인 미술이었다. 시각장애인 미술은 청주맹학교에서 학교 설립자가 외국에서 조형미술 교육 자료를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조각이나 찰흙을 이용하여 표현력을 기르게 하였다. 그 후 색에 대한 개념과 이미지를 심상으로 전환하여 예술 활동의 가능성을 시도한 곳은 인천맹학교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발명되고 입체 프린트기가 개발되자 시각장애인들은 외국의 시각장애인 사진작가가 있다는 이야기에 고무되어 사진에 도전하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으로 감동이 있던 장면을 사진으로 여러 장 찍어서 그중 구도가 잘 된 것을 골라 입체로 프린트를 하여 판화처럼 만들어 촉각으로 감상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내 시각장애인 사진협회로 발전된다.

미술 전문 기획사인 유알아트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그림도서 제작을 시작하였고,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제작한 점으로 그림 조류도감 그림도서에서 벗어나 셀로판 종이, 비닐 나뭇가지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을 창작동화와 연결한 도서였다.

유알아트에서는 오감을 이용한 느낌을 체험함으로써 느낌의 즐거움과 예술성을 일상화하고자 눈을 가리고 소리와 나뭇잎, 늪을 연상할 수 있는 밀림체험 행사를 하였고, 봄에 화전을 구워 나눠 먹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입체 복사기나 3D 입체 프린트를 구입 하는 등 상당한 투자를 했음에도 몇 년만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 모임은 아니지만 미술 전문가들이 시각장애인의 미술교육과 예술 활동 지원을 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설립하게 되는데 그 법인명이 ‘우리들의 눈’이다. 시각장애인들을 데리고 동남아시아를 방문하여 코끼리 만지기 행사를 가지기도 하였는데, 부분을 만져 전체를 알 수 없다는 부정적 의미의 속담 코끼리만지기가 아닌 시각장애인의 상상과 심상을 기르기 위한 행사였다. ‘행복한 마음’이라는 사진교실과 ‘행복한 공예교실’이라는 시각장애인 미술교육과 시각장애인 작가들의 활동지원과 시각장애인들의 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양드림은 시각장애인 예술가들을 찾아다니며 인맥을 쌓고, 시각장애인 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하고, 미술 전문 관련 단체를 방문하여 사업의 설계와 구상에 몰두한 결과 1년 전 에이블라인드라는 장애 예술가 아트쉐어 플랫폼 운영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 회사는 벤처창업으로 숭실대학교 창신관에 자리 잡고 있다.

에이블라인드는 에이블이라는 말과 블라인드라는 말의 합성어로, 양 대표는 이런 말짓기에 참 뛰어난 재능이 있는 듯하다. 블라인드는 시각장애도 의미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장애 예술가 전체를 의미한다. 양 대표는 장애 예술가가 소득이 적고 미래도 보장되지 않음에도 그 길을 걷고 있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스토리에 감동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들의 작품과 스토리를 에이블라인드 플랫폼에 담고자 한다.

장애 예술가와 시민들이 만나는 장소인 인터넷 플랫폼 에이블라인드는 작품 발표와 유료 구독(장애 예술가 소식 등 무료 구독 서비스도 제공), 판매, 디자인을 이용한 굿즈 상품 판매, NFT 작품 판매, 장애인 행사 공연 기획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고려한 플랫폼을 현재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작품 발표 무대를 넓히고 장애 예술가의 판로개척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에이블라인드는 굿즈 상품으로 엽서, 유리컵, 스마트폰 손잡이 폰케이스, 에코백, 스마트톡 등 아트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제작하여 생활용품 디자인을 즐기면서 미술을 삶의 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장애예술인과 비장애인들의 공동 공연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전개할 예정이며, 장애 예술인들의 공연 에이전시 사업도 계획 중이다.

신사역 팝업스토어에서 장애인 굿즈상품 제작판매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국내 장애인 예술가들이 7천여 명이나 되지만, 월평균 소득은 겨우 20만원에 불과함을 알고 역량 강화와 판로개척, 예술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자신의 전공인 홍보를 모두 결합한 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통합과 다양성이라는 장애인의 예술 활동은 사회적 가치를 재인식함에서 출발해야 한다. 양 대표는 대학생 시절 장애인 영화제에서 화면해설 영화를 보고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화면해설에서 ‘창문을 열고 가을바람을 손등으로 느끼고 있다’는 화면해설 표현이 눈으로 보는 영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너무나 섬세하면서 구체적이고 감동적인 표현이어서 장애 예술이 이러한 더욱 다양성 있는 사회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고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그 후 양 대표는 영화제에 스태프로도 활동하였다.

시각장애인 예술가들은 주로 시각장애인 정보통신망 ‘넓은마을’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같이 일할 팀원들은 숭실대 동아리 친구들과 건국대 상명대 친구 등 다양한 대학에서 공개모집하여 구성하였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에 굿즈 상품을 출시하여 장애인 디자인 제품을 소개했으며, 현재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에이블라인드는 시각장애인들이 포함된 아카펠라 합창단 유니즌을 결성하여 맹렬하게 연습 중이다. 오는 11월 19일 서울시내 어딘가에 게릴라처럼 나타나 플래시몹, 버스킹 공연을 할 예정이다. 어디에 나타날지 궁금하다.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I’ll be There' 뮤직비디오 릴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유니즌(Unison)은 Un is ON이란 의미로 장애문화 활동은 계속된다는 의미이다.

‘봄ON'이란 메타버스 시각장애인 전시회도 기획 중이다. 마치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 같은 가상체험 전시관에서 시각장애인들의 그림 작품을 설명을 곁들여 감상할 수 있는데, 메타버스 전시 플랫폼 VIA와 함께 할 예정이다. 봄ON은 봄의 온기라는 의미이며, 이 따스한 온기는 9월 15일부터 흰지팡이의 날인 10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시각장애인들이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인데, 이는 메타버스의 가상현실에서의 이동성 보장이 아직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 해설 영상을 링크를 통해 제공하므로 작품 설명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에이블라인드가 장애 유형을 망라한 장애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참신하고 발랄한 기획 의도가 장애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되기를 바란다. ‘행복을 느낀다’라고 말하듯이 인간은 느낌을 주는 예술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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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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