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 으레 있는 휴식용 의자. ⓒWikimedia Commons

어째 이상한 일이 되었지만, 최근 4년간 불운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여름휴가 시즌에 이직 시즌이 벌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직 일정에 쫓기느라 여름휴가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제대로 된 의미의 휴가를 다녀온 것이 장애청년드림팀 일정과 결합해서 영국으로 다녀온 2018년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여름휴가 일정을 잡으려고 생각을 하면 이직 시즌이 다가오는 사태가 2019년 이후 계속되면서, 이제는 휴가 징크스라는 단어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불운이 닥쳐왔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제 고용 안정성이 대단히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 휴가 일정으로 잡아놓은 것도 국내에서는 ‘피난 수도 부산 근대유산 촬영 프로젝트’를 가동할 생각이었지만 올해 제대로 된 의미의 휴가를 못 갔으니 무산되었습니다.

국내 여행으로 부산에 갔다면 아쉽게도 올여름 시즌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인 SSG 랜더스의 사직야구장 원정경기가 없어서 일정만 맞았다면 인근 지역인 창원에 들러서 창원NC파크에 가서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인 NC 다이노스 홈경기를 관전할 수도 있을 수도 있고, 부산의 근대유산이 꽤 많아서 며칠을 두고 작업해야 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사전 조사 때부터 느꼈기에 야간 일정으로 부산 시내에서 노는 것도 일정이었을 것입니다.

해외 여름휴가를 갔다면 현재는 코로나19 방역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변수로 안전 문제가 심각했지만, 재정적 여력도 받쳐주지 않았으니 해외 여름휴가라는 단어는 기획안 자체까지 짜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해외 여름휴가라면 성수기가 아닌 9월 초 등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점으로 일부러 미뤄서 즐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항공료 등이 성수기에는 비싸고 여행지도 한철에는 많이 붐비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집에서 조용히 보내더라도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 등 며칠 걸리는 일정을 이 기회에 해치우는 것도 가능했었을 것입니다. 일전에 충치 진단이 심각하게 나온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여름휴가를 제대로 갈 수 있으려면 제게는 일단 안정적인 직장생활로 적어도 3일 이상, 주말 앞뒤 붙이면 6일 정도 다녀올 수 있는 휴가 사용일수가 제게 주어질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먼저 필요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회사 일이 제가 며칠 비운다고 해서 회사에 무리가 없는 상태여야 할 것입니다. 가끔 회사 사정으로 휴가를 가기 어려운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으로도 충분히 여름휴가를 며칠 보내고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단 해외 여름휴가를 유럽에서 보낸다고 해도 약 4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일단 어림짐작해봤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행기와 숙소 비용이 포함되어있기는 하지만 그렇습니다. 거기에 쇼핑을 좀 더 하면 적어도 200만 원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죽하면 해외여행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조차 “아예 이럴 것이면 쇼핑을 실컷 하는 날을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라고 댓글을 달 정도였으면 굳이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장애인의 일자리 문제도 생각해봅니다. 이 시점이면 재취업 고민이 더 걱정이라는 것이 4년째 여름마다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런 것은 구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이슈입니다. 장애인 노동자들도 여름휴가 떠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이 와야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필요할 것입니다.

장애인 노동자가 여름 휴가를 간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이 내가 알아서 진행해도 이상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장애인도 휴가 가기 좋은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여름휴가는 단순한 여름이 아니라 힘든 나날에 대한 충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지원서비스 등으로 가족에 대한 휴가비 지원 등이 있지만, 어째 필요한 당사자를 위한 휴식 또는 휴가비 등의 지원은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신청할 수 있는 휴가 지원 서비스는 전혀 없습니다. 일단은 휴가 기간과 비용에 대한 지원 정도는 필요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여름휴가를 훌쩍 떠나면 벌어지는 여행지에서의 의사소통과 접근성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 휴가 자체를 가는 것 자체가 더 힘들다는 것이 더 두려운 일입니다. 발달장애인의 휴식을 위해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를 스스로 꾸리는 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것이 발전하면 여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까지도 사회적 지원과 교육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여행이나 휴가에 대해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세요’ 이런 문구를 보면 역설적으로 짜증이 납니다. 그러한 것이 ‘일상적 경험’이 되어야 할 부분이 되었는데도 그러한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휴가는 특전이야!’라고 거짓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여름휴가가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적 경험’이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그 ‘일상적 경험’이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도록 저도 2022년 여름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안정적 일자리에 취업해 2023년에는 제가 여름휴가 갔다 온 이야기를 자랑하면서 여름휴가 와중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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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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