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항공에서 자폐인의 여객기 탑승을 불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때는 출발 편도 아닌 귀국 편이었다고 하니 좀 더 차별적인 사건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이륙 공항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였기 때문에 이 비행편이 귀국 편이었다는 것은 좀 더 차별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무언가 황당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외신에서 자주 보도되던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설마 한국에서도 이럴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국,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미 해외여행 카페에 2개나 가입할 정도로 해외여행이 취미가 되고 싶은 자폐인 여행자로서, 엄청난 불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자폐인에게 열광하더라도 그것은 허구의 자폐인에게 열광한 것이고, 실제 자폐인을 대면하면 차별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항공여행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는 자폐성 장애 아동 ⓒIndianapolis International Airport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해외 항공사에서 자폐인 승객을 환영하는지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항공여행이 사실상 일상적인 미국 같은 곳은 자폐인을 위한 항공여행 체험 행사가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항공사와 공항 관리기관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 교통안전청 등 항공 당국에서도 협조해줄 정도입니다. 앞으로 자폐인의 항공여행이 잦아질 것을 알게 되었다면, 한국에서도 자폐인을 위한 항공여행 체험 행사를 한번 시작해봐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이미 기술적으로도 가능합니다. 지난 코로나19 위기에서 시행했던 관광비행 방식을 응용하면 비행기를 실제로 이륙시켜서 항공여행을 체험하고 다시 출발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비행기 탑승 체험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기내식 식사와 기내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체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적 맥락으로 진행한다면,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한국공항공사가 협력하여 진행하고, 비행 프로그램으로 국내 공항에서 이륙하여 독도나 마라도 등지까지 비행했다가 인천국제공항 등지로 되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간단한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거나 하는 등의 교육 등도 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몇 가지를 가르쳐 준 다음에 실제로 비행 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다행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 본부가 김포공항 근처에 있으므로 전세버스로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으로 이동하거나 인천국제공항으로 간다면 공항철도 특별 탑승 체험까지도 곁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항공 한국어 홈페이지에 고시된 자폐인을 위한 시각적인 쉬운 읽기자료로 만든 비행 안내 설명서. ⓒ영국항공 한국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러면 시각적인 교육자료가 있을 것이냐 하는 질문이 있을 터인데,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은 이런 시각적인 쉬운 읽기 자료를 통해 ‘비행기를 탔을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것’을 정리했습니다. 비행기 표를 받을 때부터 착륙해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까지의 과정을 시각자료로 제공했습니다. 영국항공의 다음 프로젝트는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의 부분을 작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현재 영국항공 한국어 페이지에서 웹페이지를 통해 한국어 번역본을 볼 수 있으며, PDF 파일로 영어 원문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이런 과정 일체가 해외에서는 이미 시도한 방식이므로 한국에서도 벤치마킹하여 실천할 수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폐인을 위한 항공여행 체험을 시행하고, 시각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것은 한국 항공사에서도 이제 시도해볼 주제가 될 것입니다.

승무원들의 자폐인 대응 요령 등도 앞으로 승무원 직무 훈련 프로그램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승무원들이 자폐인을 대하는 법을 잘 모르는 사례가 이러한 사태를 빚게 된 원인인 만큼, 앞으로 승무원들이 자폐인을 대하는 법을 최소한 이해하고, 최소한 매뉴얼에도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승무원들이 비행 전에 안전수칙 몇 가지를 외우지 못했다고 비행 임무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런 것을 이용하면 승무원들이 철저히 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폐인 여행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해외여행 카페에 매일 들락날락하며 여행 뒷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정보를 청취하기도 합니다. 지금 저는 ‘대외대충자금’이라 이름 붙여놓은 통장에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언젠가 세계 어딘가로 훌쩍 며칠 떠날 수 있는 돈을 모으기 위해 엄청난 돈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대만 타이베이,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 프랑스 파리 등 어디로 갈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아도 제 방 서랍 안에 있는 여권이 속으로 제게 ‘어서 나를 꺼내줘, 세계 속으로 나를 움직이게 해줘!’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자폐인도 비행기를 타고 싶습니다. 자폐인 여행자가 이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입니다. 제가 예전 직장에 다녔을 때 농인 여행자 출신 직원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훌쩍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뒤 사진으로 몇 가지 놀라운 이야기를 느낀 적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게 그 직원은 ‘사수’였지만 말입니다.

자폐인 여행자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 하늘 높이 가본 경험이 아직 낯설 뿐이니까요. 자폐인 항공여행자를 이상한 것이나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비행기도 이제 자폐인을 환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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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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