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경유해서 거의 20시간 정도 만에, 드디어 우리 가족은 LA 공항에 도착을 했다. 도착해서는 짐을 찾고, 바로 Hertz 렌터카 사무실에 가서 렌터카를 찾았다.

코로나19 상황에 파산 위기까지 갔던 Hertz 렌터카는 내가 알기로 미주나 유럽 쪽에는(아시아쪽 여행은 렌터카를 해본 적이 없음) 장애인 차량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남편 혼자 운전하면 힘드니 장애인 차량을 렌트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 차량은 승용차 밖에 없어서 큰 캐리어 두 개, 배낭 한 개, 휠체어까지 실리지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카니발 같은 큰 SUV 차량을 빌렸고, 남편 혼자 운전할 수 밖에 없었다.

LA 공항 도착 후, Hertz 렌터카 셔틀을 타고 SUV 렌터카를 찾음. ⓒ박혜정

렌터카를 찾고는 바로 샌디에이고로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서 Good Nite Inn이라는 아주 저렴한 샌디에이고의 숙소에 도착을 했고, 짐을 풀고 나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시차 때문에 어른인 나도 피곤했지만, 자꾸 칭얼대는 애들을 달래고 달래서 숙소 근처의 멕시코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그리고는 숙소에 와서 씻고 저녁 8시쯤부터 모두 쓰러졌다.

한참을 달려서 숙소 근처의 멕시코 식당(사진 위)과 샌디에이고에서 우리의 저렴이 숙소(아래). ⓒ박혜정

비행 시간이 10시간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밤낮이 바뀌는 시차 때문에 여행이 힘들어진다. 내가 시차 극복을 최대한 빨리 하는 방법은 무조건 도착한 여행지의 시간에 내 몸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몸이 피곤하고 잠이 온다고 시간에 맞지 않게 자버리면, 여행 일정이 다 틀어져서 그 나라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도착한 첫째 날도 숙소에 도착해서 얼른 자고 싶었지만, 버티고 버텨서 저녁 8시에 자고 다음 날 아침 8시 전에 일어났다. 그래야 다음 날부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여행이 된다는 걸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차 때문에 힘들었을 아이들이 그래도 잘 버텨줘서 다행이었다. ⓒ박혜정

둘째 날도 시차로 인해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았다. 마침 우리 아빠 친구이신 분이 샌디에이고에 사셔서, 샌디에이고 시내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했다.

벨몬트 파크, 미션 베이, 씨포트 빌리지, 코로나도 섬을 차례대로 구경했다. 나도 샌디에이고는 처음 와 본 곳이고, 미국 서부 남단에 위치한 여유로운 휴양 도시 느낌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휴양지 느낌의 샌디에이고 벨몬트 파크, 미션베이 해변, 코로라도섬. ⓒ박혜정

그런데, 샌디에이고가 원래도 건조한 날씨라서 그런지 첫째가 자꾸 가렵다고 해서 보니 팔과 다리에 두드러기가 생겼고, 아토피 같은 피부병이 생겨있었다. 여행 와서 병원도 가기 힘든 상황이라 난감했는데, 다행히 아저씨께서 연고도 주시고, 약도 사주시고, 로션과 샤워배쓰도 주셨다.

너무 세심한 배려에 정말 너무 감사했다. 만약 첫째의 상태가 더 나빠지면 며칠 뒤 가게 될 LA에서 한인 피부과 병원을 가든지, 정말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걱정도 되었다.

첫째 팔과 다리에 생긴 두드러기. ⓒ박혜정

아저씨와 헤어지고 우리는 샌디에이고의 한인 마트인 시온 마트를 갔다. 라스베가스 총기 사고가 있은지 얼마 안되고 여러 상황 때문에, 미국 입국이 까다로울거라 잔뜩 겁먹고 음식 종류를 전혀 안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LA공항에서 입국할 때 긴장했던 거와는 달리 ‘며칠 있을거야? 어디 갈거야?’ 라는 두 질문만 받고 바로 통과됐었다. ㅋㅋ 암튼 시온 마트에서 한국 음식(햇반, 김, 멸치, 쥐포, 김치, 소주 등)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샌디에이고 씨월드에서 바다사자쇼도 보고 정신없이 놀았다~. ⓒ박혜정

셋째, 넷째 날은 샌디에이고의 씨월드와 사파리를 갈 예정이라 강행군이 이어질 것이다. 먼저 셋째 날 갔던 씨월드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다. 돌고래쇼, 바다사자쇼, 상어, 펭귄, 거북이 등 바다 생물도 실컷 보고, 놀이기구도 탈 수 있고 놀거리가 많은 복합 놀이 시설이다.

특히 바다사자쇼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쇼가 펼쳐져서 더욱 신나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느꼈다. 돌고래쇼는 개인적으로 일본 후쿠오카에서 봤던 게 더 멋졌던 것 같지만, 애들은 너무 너무 좋아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진이 빠지도록 놀고, 아빠 친구 아저씨가 저녁을 사주신다는 장소로 출발했다.

오나미 뷔페에서 해산물, 대게 엄청 먹음, 아저씨 감사합니다. ⓒ박혜정

아저씨가 오나미 뷔페에서 먹자고 하셨는데, 오나미는 뉴욕의 일본식 뷔페 토다이를 좀 모방한 듯한 한국+일본식 뷔페였다. 대게도 실컷 먹고, 좋아하는 해산물도 많이 많이 먹었다.

우리의 여행 예산으로는 이런 곳을 다시는 못 온다는 생각으로~ㅋㅋ 어제 오늘 많이 챙겨주신 아저씨께 정말 감사를 드렸고, 4~5년 전, 뇌졸중이 와서 몸이 좀 불편하신 아저씨의 건강을 기원하며 작별 인사를 드렸다.

샌디에이고의 사파리파크, 염소 빗질해주는데 신난 아이들, 휠체어 리프트로 트럭에 타고 사파리로 출발! ⓒ박혜정

넷째 날은 샌디에이고에만 있는 사파리 파크에 갔다. 이곳은 내가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입구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데, 어제 오나미 뷔페에서 5% 할인권을 얻어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장애인 할인을 물어보니, 와우!! 나는 공짜란다. 근데 왜 안 물어보면 먼저 할인을 해준다고 말을 안하는 건지.

대만이나 홍콩, 일본에서도 그랬다. 절대 먼저 장애인 할인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고, 내가 물어보면 있다고 말해줬다. 자국민 아니면 할인해주기 싫어서 그런가, 어제 씨월드도 물어나 볼 걸 그랬다. 암튼 나는 공짜, 나머지 3명은 5% 할인을 받고 저렴하게 입장했다.

트럭을 타고 보는 광활한 대지의 자유로운 동물들. ⓒ박혜정

샌디에이고 동물원을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런 흔한 동물원은 한국에서도 갈 수 있으니 사파리 파크를 왔는데, 정말 오기 잘한 것 같다.

보통의 동물원과는 달리 완전 광활한 대지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서식을 하고 있고, 우리는 트럭을 타고 그 자연의 일부가 되어 동물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자연 속에 인간이 속해 있는 느낌은 스스로 참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오후 4시 30분쯤 사파리 파크를 나와서 이제는 LA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애너하임 지역의 LA 디즈니랜드 근처 숙소로 이동했다. 좀 짧았던 4일 일정의 샌디에이고~ 이젠 안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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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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