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승하차 도움 앱 ‘버스스로’. ⓒ서인환

현대오토에버는 자율주행, 네비게이션, 보안 앱 등 자동차에 필요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의 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연간 매출은 2조 7천억 정도이고, 그중 사회공헌은 2억 7천만원 정도이다.

즉 만 분의 1 정도를 사회공헌 하고 있는데, 사회공헌 사업으로는 임직원 가족들의 사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봉사활동과 모바일 자립생활을 위한 교육지원사업, 베리어프리 앱 개발 지원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배리어프리 사업은 신청을 받아 9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앱을 개발하게 한 후 시상을 하는 방식으로 대학(원)생의 팀을 구성한 개발비 지원을 한다. 시상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상, 그린라이트 회장상(우수상) 등이 있다.

5년 간 개발된 앱이 43개이니 장애인 등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아이디어 앱 개발 콘테스트 프로그램 10개월 과정에 98개팀이 신청하였고, 그중 9개의 앱을 출시하게 되었다.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ICT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을 기회라는 점과 전문 앱 개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는 투입 예산 외 기술의 사회공헌이고 새롭게 스타트업 하는 기업인들과의 상생 사업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서 그린라이트 회장상을 받은 ‘유얼아이’팀의 ‘버스스로’를 예로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버스스로’를 개발한 ‘유얼아이’는 UIUX 디자인 전공 송지은, 컴퓨터 공학 전공자 윤주연과 이현동이 참여한 팀으로 먼저 시각장애인들이 버스 이용 실태와 불편사항을 문헌조사와 인터넷 조사, 시각장애인단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알아보았다. 시각장애 학교 교육봉사를 하면서 개발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다.

당사자가 느끼는 불편사항과 개발 앱의 편의성 실증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당사자가 참여하였다고 하여 제품의 구현방법이나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상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거나, 기술 구현 방식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 장단점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소비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제품의 질을 높이기는 하지만, 당사자의 피드백이나 참여가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님에도, 최근 일부 장애인보조기기에서 당사자 참여를 무기화하여 제품의 완성도가 검증된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버스스로’는 당사자의 피드백을 통해 목적성과 활용성을 높인 사례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할 경우 도착할 버스번호가 어떤 것이 있는지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했는지, 하차벨을 찾아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이는 시각장애인들이 버스 이용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버스의 도착시간은 GPS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했다. 다만 일반 교통정보 앱들과는 달리 화면을 음성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배열할 필요가 있었다. 몇 번 버스가 몇 정류장 전에 위치하고 있는지, 도착하려면 몇 분 정도 걸리는지를 알려주고, 도착 전 정류장이 1이 되면 진동으로 알려주어 승차를 준비하도록 하였다.

예산이나 개발 기간 부족 등의 이유로 버스 경로 안내까지 구현하지는 못했다. 승차하고 있는 버스가 현재 어느 정류장을 지나가고 있는지 하차 정류장을 예약하여 미리 하차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은 기술상 큰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GPS와 BTS(버스정보시스템)을 이용하되 시각장애인이 이해하기 편리하도록 배열을 하면 될 것이다.

도착하는 버스가 시각장애인이 승차를 하고자 하는 버스인지 알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먼저 스마트폰을 전광판으로 만들어 번호를 크게 알려주면 버스기사가 보고 시각장애인의 승차를 안내해 주는 방법이다.

영국에서는 저시력인이나 시각장애인이 버스 번호나 택시 등의 카드를 손에 들게 하고 기사들이 이를 보고 돕도록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광판을 보고 도와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긴 버스 정류장에서 뒷차가 따라와 앞쪽에 정차하고 멀리 있는 시각장애인을 돕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정류장 앞쪽에서 기다리는 습관과 기사 교육을 한다면 출발 전에 시각장애인 위치로 와서 승차시킬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은 카메라 딥런닝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폰 카메라로 번호판을 읽는 것이다. 승차하고자 하는 버스 번호가 인식되면 음성으로 알려주고, 가까이 올수록 강한 진동으로 알려줄 수 있다. 한국 교통문화에서 정류장 뒤편에 멈추었다가 가 버리는 버스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승차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번잡한 승차장의 경우 카메라로 비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방해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정확하게 비추기도 쉽지가 않다.

시력을 활용하지 않고 촬영을 한다는 것은 훈련에 의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나, 실패로 인한 시행착오의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 잘못 건드려져서 카메라의 다른 옵션이 작용되어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서 버스번호판을 읽고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음성으로 안내해서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승차문이 열리면 카메라가 인식하여 알게 할 수도 있으나, 인식에는 시간이 걸리고 잠시 열리는 것이므로 카메라의 정보가 변하여 제시간에 타지 못하거나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기능은 채택하지 않았다.

하차벨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도 카메라를 이용한다. 카메라를 비추어 하차벨이 화면에 잡히면 하차벨이 스마트 폰 화면의 중앙에 오도록 음성으로 좌우상하 방향을 안내하여 하차벨의 위치를 알게 하고, 거리는 가까워질수록 진동의 강도나 횟수를 달리하여 알려준다.

시각장애인이 카메라로 하차벨을 찾는 것은 타인의 영상을 촬영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위치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손으로 하차벨을 누르기에는 쉽지가 않다. 복잡한 경우 타인이 하차벨을 가로막고 서 있을 수도 있고, 달리는 차에서 서서 촬영을 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다. 자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하차문의 결재기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면 하차벨이 있는지 알아두고, 항상 일정하지 않은 위치로 인지가 어렵게 되면 목소리로 기사에게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베리어프리 기술로 ‘버스스로’는 우수상을 받을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 정말 편리한지, 이 서비스가 버스 이용에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더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기사가 방송으로 승하차문을 알려주는 등 다른 기능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버스스로’는 시각장애인에게 맞춘 것으로 다른 장애 유형을 포함하여 버스 탑승 안내를 위해 BIS 시스템을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이나, 도착 전에 기사에게 미리 승차할 것임을 알려주거나 자신의 이동경로를 공유하거나, 경로안내를 음성으로 받거나, 편의시설과 연계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스마트폰 앱에서 하차벨을 대신 누르는 기능을 만드는 등의 기술이 추가된다면 이 앱은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미 그러한 기능을 갖춘 앱들과 서비스를 연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얼아이는 현대오토에버의 맨토링과 기술 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의 참여도 좋았고, 팀원들이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서버의 운영비가 필요하고, 추가적 개발을 위해서는 팀원들의 인건비 등 개발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

문제는 앱은 수익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들에게 앱 사용료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광고를 실을 수도 없다. 장애인 앱에 광고는 비현실적이다. 유얼아이가 자부담을 하면서 계속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대오토에버에서 개발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외에 어느 정도 기간을 정하여 자립할 기반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애써 지원한 앱들은 곧 수명을 마감할 것이다.

다음으로 유얼아이가 ‘버스스로’란 한 앱에 만족하지 않고 그 경력을 살려 장애인 관련 앱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창업하는 방법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유료화, 또는 앱 개발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의뢰받아 수주하는 방법, 장애인단체와 연계하여 새로운 개발에 도전하면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버스스로’에 재투자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버스스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지자체나 장애인단체, 편의시설 관련 기업에 판매하거나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만드는 방법이 가능하다. 기업과 이익을 나누면서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장애인 관련 앱 개발 회사에 취업하여 어느 정도의 수익을 유지하면서 ‘버스스로’를 개인차원이든, 소속 회사 차원이든 유지해 나가는 방법이다.

앱은 서버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단지 개발실적을 시상하는 것으로 그치고 운영은 개발자의 몫으로 맡겨버리면 좋은 아이디어가 빛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사회적 가치가 높은 앱들에 대하여 지원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해야만 돈을 버는 구조는 문제다.

필자는 ‘버스스로’가 참신한 아이디어이지만, 완벽한 서비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재능을 가진 인재가 계속 장애인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발 소식을 전한 뉴스에서 장애인들의 부푼 기대가 운영 중단으로 사장되어 버리는 것은 적어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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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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