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올해처럼 피부로 느껴지던 시기는 없었다. 월급이 제자리로 느껴진 것은 매년 동일했지만, 햄버거 및 커피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점심 식사 후 즐겨 마시던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도 사내에 비치된 인스턴트 커피로 대신하게 되었다. 곧 결정을 앞두고 있는 내년 중위소득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그만큼 물가가 올랐다는 것을 증명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욜료”는 가고 “무지출 첼린지”가 유행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료와 병원비 등의 고정지출이 많고, 혼자만의 수입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장애인 1인 가구의 생활도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물 없이 먹는 만큼 퍽퍽함의 연속이다. 그러나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줄여야 하는 법, 이동이 힘든 이들에게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장애인콜택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적어 본다.

내가 힘들더라도 요금만 적게 나올 수 있다면 OK

직장은 서울, 거주지는 경기도이다 보니, 집 근처의 지하철역까지 이동한 후 서울 장애인콜택시가 운행하는 지역으로 가서 환승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동안은 요금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이동은 적게 콜택시는 가까이에서” 탈 수 있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장애인콜택시에 들어가는 교통비를 아끼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하철로 몇 정거장을 더 이동하더라도 “최대한 회사와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서울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이동 거리 기준으로 5KM까지는 기본요금 1500원이 부과되고 5-10KM까지는 킬로미터당 280원이 추가된다. 이렇다 보니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택시를 탈수록 요즘도 저렴해지고 이것이 모이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회사로부터 10KM 떨어진 곳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경우 편도 요금은 2900원이지만,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만 더 이동하거나 환승을 하여 6KM 떨어진 곳에서 택시에 승차할 경우 편도 요금은 1800원으로 떨어진다. 1100원으로 마을버스 한번 타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왕복 2200원이 되고 20일 기준이면 한달 4만 4천원을 아낄 수 있었다. 여기에 천 원만 더 보내면 별다방으로 알려진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열 잔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다.

이것과 함께 또 한 가지의 번거로움을 추가했다. 서울의 장애인콜택시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얼마 전부터 퇴근 시에도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만 콜택시를 이용하고, 거주지 근처 전철역에서 다시 경기도 권역 택시로 환승한다. 체력도 시간도 두 배로 들어가지만 생활비를 줄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콜택시 기다리며 마시던 커피 대신, 장보기 가능한 대형마트로

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겠지만, 서울 콜택시 역시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 오후 4시 이후에는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비라도 오는 날에는 “불러도 오지 않는” 그 택시 때문에 화가 났던 기억들이 있을 것다. 이는 주말과 휴일에도 마찬가지다.

평일의 경우 퇴근 시간보다 일찍 택시를 불러도 사내에서 기다릴 수 있기에 특별히 비용이 들지난 않으나, 주말이라면 커피전문점 만큼 기다리기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커피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마저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주말에 택시를 기다리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지를 생각하다 차를 기다리며 장을 보기로 했다.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에는 대기기간이 길기에 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장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돈 아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언제까지 먹고 싶지도 않은 커피를 마시며 지출을 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고물가 힘들어도 버티게 하는 힘 “이대로 돌아가면 독립은 없다”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 중에 이미 이와 같은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구나 아는 것을 왜 쓰냐”고 할 수도 있고 “콜택시 비용은 저렴한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삶이 퍽퍽할수록 “그동안 생각 없이 지출했던 돈”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가까운 거리는 건강을 위해 걸어가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조차도 걷는 것이 불가능한 이들이 있고, 형편이 더 어려운 이들에 한해 푸드마켓이 지원되고는 있으나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물가전쟁 속에서 버티고 버텨야 한다.

이 과정이 힘들다고 해서 견디지 못하고 식구들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러게 내가 뭐랬니? 힘들다고 했지? 이제는 나갈 생각 하지 말아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지금의 어려움이 그 두려움보다 크지 않다.

앞에서 절약이란 단어를 꺼냈지만, 나는 “커피 쿠폰을 주면 반갑고, 커피를 사주면 더 반가운” 평범한 시민이다. 우리 모두가 겪는 이 고물가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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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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