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외버스를 제외한 시내, 농어촌 및 마을버스의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입법예고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장애인의 교통편의가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의 입장에서 진정한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기까지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도 여럿 보인다.

독립생활 이야기를 주제로 한 글에서 저상버스 이야기를 쓰는 것이 주제를 벗어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근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출퇴근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대면 면접, 주변인들과의 약속에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 구입 등 전반적인 독립생활에 있어서 이동권은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기에 이동시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정류장의 휠체어 접근성 및 버스정차 환경 개선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휠체어로 정류장 접근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은 곳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곳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차도로 내려가 저상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기조차 어려운 곳이 상당하다.

어렵게 주차를 한다고 해도 버스에서 정류장 밖으로 발판을 펼치기조차 어려운 정류장이라면 기존과 같이 장애인 콜택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 및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버스 중앙차로 구간의 경우 정류장 길이가 짧고 승객이 몰리는 경우가 많은 곳을 참고하여 가변차로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마을버스의 경우 그 특성상 주거지와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경우가 많기에 휠체어 장애인의 마을버스 탑승이 쉬워진다면 피부로 느끼는 이동의 자유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휠체어 승객 승하차 위한 좀 더 여유로운 운행시간 확보 필수

“천천히 가! 나 휠체어 손님 계셔”

휠체어를 타고 어렵사리 버스에 올랐을 때, 자신의 앞차로 짐작되는 동료 기사와 이렇게 통화하는 것을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휠체어 승객의 버스 승하차로 시간이 지연되었으니 간격을 버스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뜻이다.

휠체어 장애인의 버스 탑승에 도움을 주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해도 탑승 인원이 늘어나면 기점에서 종점까지 왕복하는 것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데, 비장애인만을 태우는 차량과 운행시간을 동일하게 부여한다면 저상버스 운전자들이 장애인 승객의 탑승을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저상버스 의무화보다 “그나마 다니는 버스라도 제대로 탈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장애인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 휠체어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하면서 탑승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일반버스와 동일한 운행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수능시험 기회를 열어 놓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시험 시간을 주는 격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잦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 언제 배차될지 모르는 콜택시를 기다리며 약속시간에 늦을지 마음을 졸이기보다 “아 간발의 차이로 버스 하나 놓쳤네. 30분 뒤에 온다고 나와 있으니까 좀 더 기다려줘 쏘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연말 회식 때는 “저 콜택시 왔으니까 죄송하지만 먼저 가볼게요”가 아닌 “오늘 막차 타고 가도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애인에게 이동이란 출발지에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취업과 독립을 이어주는 수단이기에 이번 개정안에 기대와 바램이 더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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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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