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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챠녀 최악의 태국 방콕 여행-②

“최악의 여행?”, 지나고 보니 남편과 추억 ‘너무 좋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7-08 10:20:04
전날까지 남편과 나는 습한 더위 속에서 택시 요금 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다닌데다, 난데없는 물벼락에 짜증이 있는 대로 나있었다. 게다가 환상과 로망의 카오산 로드도 너무 실망을 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좋은 일이 생기겠지.'라는 작은 희망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나는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다 보니 상체 쪽의 통증도 심해서 태국의 산모 마사지를 받고 싶었다. 남편도 나와 여행을 다니며 마사지를 받아보고는, 피로가 풀린다며 좋아했다. 그래서 오기 전에 몇 군데의 마사지샵을 검색해 놨었다.

숙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부터 갔는데, 이런~ 새해 연휴라 다 문을 닫은 것이었다. 그 근처의 다른 마사지샵도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아휴~ 뭐가 이렇게 자꾸 일이 꼬이는지 우리는 또 허탕을 쳤다.​

자꾸 허탕만 쳤지만, 좋아하는 해산물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자꾸 허탕만 쳤지만, 좋아하는 해산물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박혜정
하는 수 없이 먹는 것이라도 좋아하고 맛있는 걸 먹기 위해 각종 해산물이 가득한 씨푸드 레스토랑을 갔다. 해산물을 무지 좋아하는 나와 남편은 코코넛 음료와 함께 좋아하는 해산물을 먹으며 우리는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오후 늦게는 태국에 왔으니 미리 예약한 게이쇼 공연장에 갔다. 공연장에는 아주 여유 있게 도착해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까지는 엄청난 일이 있을 줄 정말 몰랐다.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이 때까지는 엄청난 일이 있을 줄 정말 몰랐다. ⓒ박혜정
그런데! 갑자기 뭔가 몸이 이상했다.

나와 같은 척수 장애인은 대부분 과반사라고 불리는 몸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마비된 하체의 이상이 대개 고혈압, 두통, 안면홍조, 발한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자율신경 과반사 증상으로 나타난다.

나는 대소변이 마렵다는 느낌 대신, 소변은 약간의 갑작스러운 두통이 나타나고, 대변은 두통과 함께 안면홍조가 되면서 팔에 소름이 돋는다.

공연 입장을 기다리는 그 순간, 대변에 대한 과반사가 급박하게 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남편에게 화장실을 빨리 가야겠다고 말을 했지만, 그곳에 장애인 화장실은 아예 없었다.

화장실을 가 보니 문에 휠체어가 전혀 들어가지를 않았고, 하는 수 없이 남편이 여자 화장실에 같이 들어와서 나를 변기에 앉혀 주었다. 나는 임신 8개월로 몸이 무거우니 힘들어서 남편이 도와주어야 했다. 남편이 도와주기 위해 여자 화장실에 같이 있었다.

태국의 유명한 게이쇼를 보러 가서 생난리를 겪었다.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태국의 유명한 게이쇼를 보러 가서 생난리를 겪었다. ⓒ박혜정
갑자기 청소 아줌마인 듯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태국말로 쏼라쏼라~ 막 뭐라 하고는 남편한테 나가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내가 영어로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그 아줌마와는 영어도 안 통했다.

할 수 없이 남편은 내 휠체어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20분 넘게 물티슈 한 통을 거의 다 쓰며 혼자 겨우 뒷처리를 했다.​

아마도 해산물 식당에서 뭘 잘못 먹어서 탈이 난 것 같았다. 20분 넘게 혼자서 생쇼를 하고 나니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젠 적응이 되어서 대소변 실수 쯤에 울고 자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이 너무 개떡같이 일이 꼬이고 힘들어서 화가 계속 났다.

어디에나 있던 태국의 새해 인사~ 일이 자꾸 꼬였던 그때였다.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어디에나 있던 태국의 새해 인사~ 일이 자꾸 꼬였던 그때였다. ⓒ박혜정
다음 날은 새벽 비행기로 돌아가야 하니 태국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는 쇼핑 센터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또 불상사가 생겨 버렸다!

휠체어가 굴러가는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헉~ 이번엔 휠체어 바퀴가 터진 것이다. 아오~ 정말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당황스러운 사건의 연속이라니!

사실 영어가 잘 통하지도 않았고,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우리는 손발 짓을 해가며 '타이어 펑~ 타이어 뻥~'이라고 말하며 자전거 탄 사람을 졸졸 따라다녔다.

한참을 따라다닌 끝에 어떤 사람이 가르쳐준 자전거 가게를 겨우 물어서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휠체어 타이어를 수리할 수 있었다.

덥고 복잡한 태국 길에서 바퀴가 터진 휠체어를 수리하는데 힘들었다.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덥고 복잡한 태국 길에서 바퀴가 터진 휠체어를 수리하는데 힘들었다. ⓒ박혜정
이번 여행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계속 안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진짜 당시에는 ‘뭐 이런 여행이 다 있나, 태국 방콕은 정말 다시 오나 봐라, 방콕은 정말 최악의 여행이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 또한 남편과 나만의 추억이라는 게 너무 좋다. 아직도 방콕을 고작 가면서 베트남 경유를 누가 하냐며 서로 웃는다. 그때 택시 바가지 요금은 진짜 너무 했다며 공감한다. 가다가 물벼락 맞은 서로의 생쥐 꼴을 기억하며, 게이쇼 보기 전 화장실 사건을 이제는 추억으로 공유한다.

당시에는 최악의 여행일지라도 끝까지 최악인 여행은 나에게 없다!

남편과 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버린 태국 방콕 여행. ⓒ박혜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남편과 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버린 태국 방콕 여행. ⓒ박혜정
다른 누구에게도 끝까지 최악으로 남는 여행은 없을 거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여행에서 당황스럽고 안 좋은 일을 겪을 당시에는 최악이라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해프닝들은 분명히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며, 여행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떤 여행이든지 용기를 내어 꼭 떠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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