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집 코로나 감염과 관련된 대책에 대해 긴급탈시설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에이블뉴스 DB

최근 코로나로 인해 장애인 3명당 1명꼴로 사망했고 비장애인에 비해 사망률이 약 10배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충격이 되었으면서도, 한편으론 예정된 결과란 생각도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차근차근 말해보겠다.

코로나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라, 면역력 강하면 상관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침투해 세포의 DNA와 결합하는 시도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원인엔 영양 부족, 비만, 좋지 않은 장 건강, 만성질환 등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말할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

면역력이 약해져 세포의 DNA와 바이러스가 결합해 맞아들어가면 바이러스는 그때부터 복제하면서 DNA에 명령을 내리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바이러스는 무섭고, 살아있는 생물체가 아닌 유전자 조각이라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더 무섭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는 자가면역성 바이러스라는 게 과학계에서 밝혀지면서 더욱 위험성을 느꼈다. 자가면역이라는 게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나 자살 충동이 심할 경우 더욱 활성화될 우려가 있기에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선 자살예방백서에서 자살 동기나 환경요인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극심한 스트레스나 자살 충동 등을 예방할 수 있는 통계자료로서 역할을 한다. 이 백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작성한 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백서에 장애 유형과 정도,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장애 분리통계가 나오지 않았다는 거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에게 연상되는 단어들. ⓒPixabay

예를 들어,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경우 대한민국과 같이 눈치가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고맥락 사회에선 대개 다른 유형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자살 충동을 더욱 쉽게 느끼게 됨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이와 관련해 어느 정도로 비장애인과 다른 장애 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고 쉽게 자살충동을 느낄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장애 분리통계가 있을 때,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살예방백서에 이런 통계가 나오지 않았으니,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스트레스 취약성, 자살 충동이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비해 어떤지를 알 수 없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장애 유형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비해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게 스트레스 경감 및 자살 예방에 관련돼 더욱 세심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펼쳐야 하는지를 자살예방백서에선 자세하게 제언하는 내용이 나오기 어려운 거다.

이러면 일률적으로 똑같은 자살 예방정책을 비장애인, 다른 장애 유형의 장애인과 함께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에게 제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살 등에 대한 취약성이 더 큰 이들에겐 자살 예방정책이 현실과는 동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고 상대적 차별을 받게 된다. 그러면 스트레스, 자살 충동 조절은 상당히 어려운 지경까지 갈 수 있다.

국민의 영양 상태가 어떤지를 알려주는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질병관리청에서 생산하는 통계다. 그런데 그 통계에 장애 정도, 유형, 연령, 성별에 따른 장애 분리통계는 역시 나와 있지 않다. 장애인이 어느 정도 비장애인에 비해 영양이 부족하기에 이들보다 더 세심한 영양관리가 필요한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정책적 제언을 이 통계를 통해서 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거다.

예를 들어 건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비장애인에 비해 어느 정도로 떨어지기에 영양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구체적 장애 분리통계 내용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장애인의 건물, 정보에 대한 접근성 증진 정책을 구체적으로 세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영양이 동등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이 분리통계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그런 통계가 없으니 그와 같은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거다.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서 나온 만성질환(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유병률 연도별 추이 그래프.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멀지 않아 끝나게 될 코로나 시국에 스트레스 관리 및 충분한 영양은 면역력을 위해 필요하며, 이게 되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자살예방백서 등에 장애 분리통계가 없으니 대개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여러 요인으로 영양이 부실해지기 쉬운 장애인(물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이 비장애인에 비해 어떻게 영양과 스트레스를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은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등지에서 나오기 어려운 거다.

이런 상황이니 K-방역의 우수성을 정부와 질병관리청에서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다녔음에도 장애인에게는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코로나 감염상황은 심각한 것이 이어졌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장애를 주제로 한 통계를 제외하고 국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보편적 정책과 관련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살예방백서‘, ’교통접근성 지표‘등에 장애 분리통계를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통계에다 장애인에게 차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평등하게 쓰이도록 배분구조 등을 변화시키려는 관점의 장애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통계까지 코로나 시국 이전이든, 이후든 평소에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정책에 장애·비장애 구분 통계는 없고, 장애인지적 관점도 담겨있지 않아 주요 정책이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장애인에게 차별이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은 물론 장애 유형, 정도, 성별 등에 따라 장애인에게 맞는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거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가승인통계에 장애인지적 관점이 담긴 통계를 제작하도록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의 인식 제고는 물론 이에 관련된 예산 마련을 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 않는 한, 장애인의 삶의 질은 하락의 길을 걸으며 이후 전염병 시국에서도 장애인은 차별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장애인지적 관점의 통계 부재는 결국 장애인에겐 코로나 감염을 부추긴 또 하나의 요인이었음을 본다면 말이다.

성별·연령·장애·거주지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된 자료의 수집·분석·배포를 체계화할 것을 권고한 8년 전의 장애인권리위원회 31조 관련 권고를 다시금 생각해 주류화되지 못한 장애인 통계란 현실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인권 증진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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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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