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출간 예정인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박혜정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길을 가는데 모르는 아이들이 “와, 장애인이다!, 휠체어 왜 타요?” 등의 반응에 대답하기 난감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당황스러울 때는 그의 부모가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다. “엄마, 저 아줌마는 왜 휠체어를 타? 장애인이야?"라고 아이가 물어본다.

나는 일단은 그 엄마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어서 가만히 모른 척 있다. 그 아이의 부모가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 적은 사실 내 기억에 거의 없다. 아니면 객관적인 사실만 말해줘도 될 텐데, 장애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내가 많이 겪은 경우는 위와 같이 아이들이 물어보면, 부모가 애들을 만류하기 바쁘다. 그러면서 “장애인이란 그런 말하면 안 돼! 많이 아픈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이가 나를 바라보지 못하게끔 아이의 눈을 가리는 경우도 봤었다.

그 외에도 ‘불구, 지체자, 장애자, 병자, 병신 등’의 심한 말을 하는 경우도 정말 예전에는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에 나는 너무 위축되고, 타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정신적인 좌절을 겪기도 했다.

예전엔 타인에 의해 정신적인 좌절을 많이 겪었다. ⓒ sasint, 출처 Pixabay

그래서 한동안은 그런 상황이 오면, 시선을 회피하며 아무 말을 못 하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하고 대처를 해야 할지 처음엔 잘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듯이 나의 장애를 나 스스로 점점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나도 누가 어떻게 말을 하든 상처 받지 않고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위와 같은 상황에 "큰 사고로 다쳐서 걸을 수 없게 되어 휠체어를 타는 거야, 아픈 사람은 아니고, 장애인은 맞아~"라고 한다. 아직도 가끔 당황스러운 상황이 올 때도 있지만, 최대한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은 주지 않으려고 한다. 객관적인 사실과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제는 장애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얘기한다.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결혼하고 첫째를 낳고, 연달아 둘째까지 낳고 키우면서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무렵 즈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걱정이 생겼었다.

우리 아이들이야 휠체어를 탄 엄마를 태어나면서부터 봐왔으니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들의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괜히 겁이 나고 걱정이 많이 되기 시작했다.

전과 같은 상황처럼 나 혼자 겪는 거라면 잠깐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아이들의 사회생활에서 밀접하게 겪게 될 것이다. 만약 휠체어 탄 엄마 때문에 놀림을 받지 않을지, 위축되지 않을지 너무 고민이 많이 되었다.

정말 혹시나 우리 애들이 장애인인 엄마를 부끄러워하지 않을지도 너무나 두려웠었다. 그 생각을 하니 정말 끔찍했다. 만약 애들이 나를 부끄러운 존재로 여긴다면, 나도 스스로가 얼마나 싫어지고 힘들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우리 아이들이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지 걱정되었다. ⓒ Counselling, 출처 Pixabay

그래서 나는 일단 우리 애들에게 엄마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을 했다. 엄마가 아무것도 못 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약한 존재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될 수 있으면 눕지 않고 앉아서 아이들과 놀아 주었다. 무엇이든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집안일이든, 공부든, 직장 업무든, 운동이든 아이들에게 엄마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을 계속 봐왔기 때문인지 우리 애들은 지금까지도 우리 엄마는 힘들지만 못 하는 게 없는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더불어 엄마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연한 사고로 다쳐서 이렇게 휠체어를 타게 된 상황을 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누구나 크고 작은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이런 얘기를 아이들에게 한 이유는 장애인이 특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라는 걸 말해 주고 싶었다. 또한 아이들이 휠체어를 타는 엄마를 숨기고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엄마의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노력했다. ⓒ geralt, 출처 Pixabay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 스스로를 더 드러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어린이집 행사부터 엄마들의 모임 등에 절대 숨어있지 않았다. 무조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휠체어를 탄 엄마도 있다는 걸 오히려 더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애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행사나 모임은 거의 빠진 적이 없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도 기회가 주어져서 했다.

우리 애들이 친구들에게 엄마가 휠체어를 타게 된 이유를 잘 말해줘서 인지, 순수한 아이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주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나에게 와서 “에구~ 아줌마, 간판이 떨어져서 이렇게 다쳤다면서요?!” 라고 말하며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휠체어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었다. 7살짜리 아이가 능청스럽게 말하는 걸 보니 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아이의 진심이 가득한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순수하게 장애를 받아들였다. ⓒ Peggy_Marco, 출처 Pixabay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어떻게 나의 적극성을 보셨는지 학교 운영위원을 하라고 하셨다. 그 후로 4년째 학교 운영위원도 했다. 그리고 학교의 행사, 모임에도 될 수 있으면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하는 편이다.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엄마라는 인식만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그냥 보통의 학부모와 똑같이 대해주시거나 혹은 더 좋게 봐주셨다.

​나는 애들의 학교에 종종 가게 되면, 하교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OO 엄마,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해준다. 혹시나 우리 애들을 만나게 되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저 멀리서부터 '엄마~~~'하면서 정말 반갑게 달려오는 딸들이다.

너무 큰소리를 지르며 달려와서 오히려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런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달려오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는 단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엄마가 아닌, 그냥 우리 두 딸의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 학교에 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

장애를 더 드러내서 장애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geralt, 출처 Pixabay

대체로 부모 중 아빠보다 엄마가 아무래도 애들과는 긴밀, 친밀할 수밖에 없는 관계일 것이다. 그런 엄마가 애들 옆에 늘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 속에 든든함이 가득할 것이다.

아이들은 옆에 있어 주는 엄마가 비록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라도 상관없는 것 같다. 항상 옆에 있어 주고, 사랑만 듬뿍 준다면 말이다.

휠체어를 타지만, 더 당당하고 멋진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 zachaery, 출처 Unsplash

게다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엄마임에도 당당하고 멋진 엄마라고 애들이 느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애들은 엄마의 겉모습이 보잘 것 있든 없든 어떻든 간에,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사는 엄마를 본다.

그러면 덩달아 아이들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더 씩씩하게, 더 당당하게 살아보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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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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