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피 뒤소수와, 벤 젤룬 등이 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인권 관련 교육 교재들을 보면 인종 불평등, 양성 불평등, 경제 불평등 등 다양한 불평등 문제를 너무 포괄적으로 다루거나, 인권 활동가의 투쟁을 위인전 소개처럼 나열하거나, 학생들에게 사회 불평등을 최근 사건 위주로 소개하여 문제를 인식한다.

하지만 학생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거나, 인권회복 역사만 강조하는 등 감수성이 매우 부족하거나 건조한 지식 전달에 그치는 교재들이 매우 많다. 입시에서 정답을 가르쳐 주거나, 시사상식의 전문가 길잡이가 많다.

‘차별한다는 것’(출판사 너머학교)을 저술한 권용선 작가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철학, 예술 등과 연관해 공부했다. 2009년부터 너머학교에서 시작한 생각교과서 열린 교실 시리즈 출판에 참여하면서 독서지도서 겸 토론지도서로 저자는 ‘차별한다는 것’을 저술했다.

이 책은 십대들을 위한 책이다. 십대라고 하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매우 수준이 다양한 연령대인데, 어느 수준에 맞추어 책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설득력이 있고 흥미도 있으며, 깨우침을 주는 인권책으로 감수성이 스며들어 있고 인권에 대하여 정확하게 느끼게 하는 수업을 이끌 수 있어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생각교실 기획자는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는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지만 사람은 변하므로 여러 번 태어나고 여러 번 죽는다고 하면서, 꿀벌은 밀랍으로 자기 세계를 짓지만, 인간은 생각으로 자기 세계를 짓는다고 하였다 삶을 배우고 세계를 바꾸는 것이 인식개선이며, 생각 변성기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보자고 하였다.

소설 ‘완득이’(작가 김려령)의 완득이는 17세로 저신장장애인 아버지와 언어장애인 민구 삼촌과 옥탑방에서 살고 있다. 담임선생님을 죽여 달라고 기도를 하고, 17년 만에 만난 엄마를 ‘그분’(이주 여성)이라고 부른다.

‘완득이’의 등장인물 같은 사람들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진 적은 없는지, 지하철에서 장애인을 만나 ‘이 복잡한 지하철에 불편한 사람이 왜 탔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지, 백인 원어민 교사와 이주노동자와 다른 이미지로 생각한 적은 없는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존엄한데 왜 차별이 생겼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비정상 회담’ 프로그램에서 왜 백인이 더 인기가 있는지도 질문한다. 백설공주에서 왕비는 매일 거울을 보는데, 여러분은 거울을 보면서 눈, 코, 일술 등 불만이 없는지도 묻는다. 시선을 의식하듯 우리 안에 기준이 있다고 한다.

철학자 칸트는 ‘아름다움’도 판단의 대상이라 했다. 길들여져서 공평한 판단이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도 묻는다. 우리가 선호하는 집단은 권력을 가진 집단이 아니면 열등하다고 여기고, 약자들을 제거해야 문명이 더 발전한다고 믿어서 전쟁이나 학살이 이루어졌다고 역사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흑인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가 수상 소감에서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의 말을 인용하여, ‘백인이 선을 넘어오라고 유혹하는데 저는 그 선을 넘는 방법을 몰라요’라고 하면서 그 선은 차별의 선이며 갈라치기의 선이라고 설명한다. 인종주의를 ‘하얀 가면’이라고 하면서, 서구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 생각이 따라가면 그것이 식민지라고 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거부감을 ‘밀어내기’라고 설명하고, 문화의 동화 과정에서 상대의 문화를 버리고 한쪽 문화를 강요하는 것을 ‘지우고 섞어 버리기’라고 하였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분노와 무기력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음도 지적한다.

‘정상’이란 말은 상대의 ‘비정상’을 내포한 말로, ‘식인’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니, 억압은 ‘식인’과 같다고 말하고, ‘광인’(미쳤다)이란 말은 비정상이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그 기준은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랐다고 한다.

‘가족’은 삶의 형태가 엄청난 변화가 있음에도 강조되고 있으며, ‘안토니아스라인’ 영화에서처럼 혈연관계가 아니라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사랑’의 감정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보이고 싶고, 함께 있고 싶고, 나누어주고 싶은 감정이 생기는데, 소크라테스는 잘 생긴 장군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성소수자 차별은 관습이 틀을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러한 관습 이전에 상대가 이성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시대에는 에너지를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이 동성애로 처벌받고 자살한 지 59년 만에 복권이 되었다. 동성애는 또 다른 가족의 형태일 뿐이라고 한다. 비정상적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어서오세요 305호에’ 웹툰에서 오윤아가 자신에게 동성애 취향이 있음을 발견하고 절망하다가 동성애자를 만나 용기를 내어 살아간다는 예를 들면서,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말은 누군가의 존재에 반대한다는 이상한 말이라고 한다.

사회 환경이 불편해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장애인은 타인에게 의지해서 산다고 여기는지를 묻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번호에 의존하는 것과 노래방 자막에 의존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 등 우리는 모두 무엇에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라고 한다.

장애인을 불행이나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호킹은 존경하면서 격리와 부정적 시선으로 차별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고통을 주고 앞길을 막고 있다고 하면서 노들야학의 수연이가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서 종만 치는 음악대 일원인데, 저자는 핵무기를 만든 사람보다 더 필요한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며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Ho’ 웹툰에서 비장애인과는 적당히 말을 던지지만 Ho(청각장애인)에게는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며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 확장되는 멋진 모습이 아니냐고 말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려면 기준이 필요한데, 보통 평균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으로 다수를 의미한다. 사실 대부분이 평균과 다른데 조금 더 다르다고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평균적, 주류적이란 기준이 맞을까? 민주주의가 다수의 신화인데, 선거를 보면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듯이 다수라고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다수가 권력을 가지면 수적인 의미를 벗어나게 되는데, 바퀴벌레가 인간보다 많다고 바퀴벌레가 다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학교제도가 만든 용어로 과거에는 어린이도 어른과 같은 노동을 했고, 결혼을 기준으로 미성년과 성년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보호가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부모나 학교의 과보호나 교사의 잘못된 보호가 그르칠 수 있다. 세월호에서 가장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가만히 기다리라는 보호 아래 죽어갔다고 한다. 산업화 이전에는 은퇴가 없었고, 현대에 와서 더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해 밀려난 것인데, 그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꼬집는다.

베토벤은 ‘합창’을 노년에 작곡했는데, 노년에 와서야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젊어서는 돈 번다고 바빠서 못하던 시인 활동을 노인이 되어 왕성하게 하는 사례를 들면서, 문화참여에서 밀어내고는 보호한다는 것이 맞는지 질문한다. 여성에 대해서는 인구수가 절반 이상임에도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하였다. 보호 대상이라면서 항상 차별이나 학대의 피해를 여성이 입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보호가 약자에 대한 차별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자나 약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약자에 비해 강자가 당한 폭력을 약자에게 다시 발산함으로써 풀 것이 아니라 서로 연대해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 약자라고 소수자는 아니며, 소수자는 다른 정체성의 특징을 가지면서 다수자와 싸우며 변화를 도모하는 자라고 한다. 소수라는 말이 정체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니까 소수자가 되었다며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소수자의 삶이라고 하였다. 철학자 들뢰즈는 ‘소수자 되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야 감수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레이첼이 20년 동안 흑인으로 위장하여 흑인 인권 운동을 했는데, 흑인이 아닌 것이 밝혀지자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나는 흑인의 후예는 아니지만 흑인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소수자 되기를 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완득아, 2+2는 뭐지’라고 질문하며, 권력자를 따르다 보면 권력자가 5라고 하면 5가 정답인 사회가 올 수도 있다고 예를 든다. 다름으로 차별받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다른 존재임을 알고 소통할 때에 이해력과 관계가 넓어져 삶의 풍요가 온다고 결론짓는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독재자 빅 브라더에 의해 과거의 기록들을 지우고 고치고 왜곡시켜 나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아지기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이와 맞서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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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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