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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이 없던 시절 장애인 돌봄 방법

"더 위험에 노출…어떤 이의 희생으로 생활 유지"

24시간 보장, 필요한 만큼 서비스 충족시켜 달라는 것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5-23 17:43:11
드라마 ‘덕이’는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민가에 맡겨져 자란다. 쌍둥이처럼 하여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자랐지만, 그녀에게는 많은 시련이 닥친다.

이 드라마는 인생 역정을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참고 희생하며 용서와 화해를 이뤄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잔잔한 터치로 그린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인동초 같은 삶을 살아온 한 여인의 모습 속에서 혼돈의 시대에 한 인간승리를 그리고 있다. 기구한 운명이지만 정말 불사조다. 그리고 그녀의 심성으로 극복하는 것 같지만, 어디선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시대적 배경이 그녀를 지켜주기도 한다.

덕이는 어린 시절 가난을 해결하고자 부잣집 노인의 윗방아기로 들어간다. 윗방아기란 조선시대에 양반 집안에서 있었던 노인이 회춘하기 위해 노인이 아이와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호흡과 접촉을 통해 기를 빨아들이기 위한 악습이었다.

그렇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다거나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미신이다. 하지만 이것은 손자와 할아버지를 한 방에 기거하게 하는 논리를 만들어 낸다.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할아버지와는 거리를 둘 수 있는데, 효사상과 버릇을 교육하는 것, 그리고 노인의 돌봄 기능을 위해서 만든 논리일 수 있다. 노인에게는 기분학적으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족이 아닌 종의 딸을 조선시대에는 윗방아기로 들였다.

덕이는 윗방아기로 들어가지만, 말동무와 병 수발을 하는 것으로, 실제로 기를 빼앗기는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잣집에서 장애인 가족의 부담을 덜고 활동지원을 받는 방법으로도 가난한 집의 착한 아이를 찾아 어느 정도의 대가를 치르면서 택한 방법이었다. 덕이처럼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것보다 헤어날 수 없는 덫이 된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미주는 식모로 들어갔다가 버스 안내양, 여공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가수의 소망을 이루고 가족도 찾게 되지만, 실제로 수많은 식모들은 노동을 착취당하고 무시와 차별 속에서 희생만 강요당했을 것이다.

최근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박단단이 가정교사로 아이를 돌보면서 역경을 딛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탄생의 비밀로 보육원에 맡겨져서 역경을 이기고 부모를 찾아 신분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들은 수두룩하다. ‘내딸 금사월’처럼 주인공은 항상 지혜롭고 반듯하고, 의지가 강하고 자아실현을 통한 성취욕도 강하며, 마음씨는 너무나 곱다. 꼭 괴롭히는 사람이 등장하고, 행복을 찾지 못하도록 그 자리를 뺏는 이야기도 들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도가 미흡했던 시절, 봄바람과 가을바람이 불면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신인 것처럼 여기고 새로운 행운이 기다릴 것이라 믿으며 보육원의 아이들이 가출을 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생활을 초래하기도 하고, 타락하거나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생활고에 평생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신사와 아가씨’에서 주인공 박단단이 고아로 자란 것은 아니고, 의붓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독립하여 일자리가 막막하여 교수의 추천으로 가정교사가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 연상의 집 주인과 사랑으로 발전하고, 장애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애아를 가진 집안이 형편이 좋은 집안이라면 장애아를 위해 가정교사를 들이는 방법은 활동지원을 해결하는 방안이 되었을 것이다. 설리반처럼 말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도 도시 장애 가정의 말동무로 들어가는데, 이것은 활동지원 인력으로 데려간 것으로 해석된다. 드라마에서 가정교사라면 형편이 어렵거나 사연이 있고, 특히 장애아의 교사라면 자신의 처지도 그와 유사한 사연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언니는 살아 있다”에서 김은향이 자폐성 장애아 조용하의 가정교사가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상처와 치유가 필요한 자폐성 장애아를 돌보는 이야기가 자신의 상처를 잊는 수단이기도 하고, 돈벌이의 생활수단이기도 하며, 자폐성 장애아의 유일하게 교육 방안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장점이 되어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밑거름이 된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없던 시절, 중증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시각장애인 중에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마사의 경우, 고향에 가족이 없는 아이를 찾아 소개를 받아 침식을 제공해 주면서 안내자로 활용하였다. 그중에는 보육원에서 입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입양의 조건이나 감독이 허술한 시기였다.

시각장애인의 자녀와 동년배로 같이 자라면서 비교도 되고, 차별도 받았을 것이다. 마치 신데렐라 가족 같은 분위기였을 것이다. 당장은 탈출 방안이 없으니 참고 참았다가 성인이 되어 자립한 이가 있는가 하면, 청년기가 접어들어 탈출구가 없고 미래의 희망이 없다고 여겨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인권을 위해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도 거두어 주고, 키워준 것에 감사하며 결혼을 하고도 시각장애인을 찾아뵙고 인사를 하는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대가를 밥만 얻어먹는 정도로 만족하면서 설움을 참으며 활동지원을 할 목적에 충실히 자신의 감정을 삭여야 했던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이런 것은 어느 정도 형편이 되는 집의 일이고, 그렇지 않은 집에서는 장애인의 활동지원은 방임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그저 식사와 배변만 해결하는 것으로 전라도의 어느 가정에서는 삼형제 장애인을 한 방에 가두어 두고 애완동물처럼 먹이만 주었던 일도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 가족 중의 한 사람이 활동지원을 도맡는 것으로 희생되는 것이다. 주로 여성으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당연히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착하다는 말을 들으며 그것이 숙명이라 받아들였다. 그 일을 하고 있으니 직업을 가질 수 없고, 교육이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성인이 되어 그런 능력이 없으니 장애인을 맡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가족은 강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활동지원을 도맡아 하는 가족으로는 고모나 이모, 장녀나 막내가 많았다. 고모나 이모는 장애아 양육 과정에서 도우미처럼 친척의 어려움을 돕다가 정이 들어 사명감으로 여기면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장애아 동생을 장녀가 맡는 경우는 부모를 대신하여 활동지원과 생계유지를 대물림한 경우이다.

막내가 형제를 책임지는 경우는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그 일을 하도록 교육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맡은 경우이거나, 다른 형제들이 그 일을 모두 거부하고 떠나서 어쩔 수 없이 맡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장애가족이 원망스러워 한풀이를 장애인에게 표현할 경우 많은 학대나 인권침해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누군가 희생할 사람도 없는 형편이거나, 경제적 활동과 가족의 돌봄이 동시에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시설에 맡기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었다. 그것도 가족이 있으면 일부 자부담을 하는 제도는 아예 무연고자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러한 방안을 충고했을 것이다.

활동지원 제도가 없던 시절, 중증장애인들은 훨씬 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거나 가족이든 가정교사든, 아니면 입양의 유사한 형태의 어떤 이의 희생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정부의 활동지원 제도가 없던 시절도 장애인은 살고 있었는데, 더 이상의 서비스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장애인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면, 누군가의 희생과 방임으로 장애인과 그를 돌보는 누군가의 삶의 질을 외면한 것이 될 것이다.

24시간 활동지원 제도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의 서비스는 시간제한이 있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최대 시간 수를 늘려 달라는 것이다. 이를 수용하는 방안은 최중증 장애인 연간 예산 몇 명분을 정하여 24시간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24시간 약속은 지킨 셈이지만, 24시간의 필요한 욕구를 모두 충족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장애인들의 24시간 서비스 요구는 24시간의 사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 서비스를 충족시켜 달라는 것이다.

2022년은 정부가 장애인 등급제 완전폐지를 약속한 해이다. 등급제가 완전 폐지되더라도 종합조사표는 유효하고, 활동지원 서비스 판정 방식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24시간 요구는 글자 그대로 24시간 사례를 만들어 달라는 것보다 필요한 서비스를 반영하라는 주장으로 봐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조사표 체크 목록에 있는 도움의 필요 정도 점수에서 시간을 기계적으로 환산할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 시간 수를 계산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예산의 증액이 점차적으로 가능하여 당장 일시에 획기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24시간의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개인의 활동과 가족의 돌봄이 어려운 시간을 해소하기 위한 필요한 서비스 양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돌봄이 자립을 보장할 수 있을까? 돌봄 서비스의 용어부터 먼저 손질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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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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