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시판에서 ‘○○○의 아픔: 자폐 형’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을 보았다. 나는 그 제목이 불쾌했다.

본문의 동영상에서는 ○○○ 씨 본인도 자폐를 가진 형이 자신의 아픔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글쓴이는 ○○○ 씨 형의 자폐가 그 가족의 아픔일 것이라 지레짐작을 하였다.

우선 그것부터가 인간적으로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 씨 형이 그 글을 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싶었다. 아무래도 기분이 딱히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제목은 ○○○ 씨 형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장애의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가 불편감과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잖아 있다. 발달장애인도 발달장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 비장애인에게만 맞춰진 환경으로 인해 불편감을 받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당사자 스스로 그것을 아픔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정신적 장애인의 가족 역시 몸고생과 마음고생을 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이 가족에게만 쏠려있는 상황에서 가족들도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분명하다. ○○○ 씨도 영상에서 본인도 불편하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글과 같은 제목이 나오게 된 논리 과정에는 자폐와 같은 정신적 장애는 주변인들을 아프게 하고, 주변인을 절망에 빠트리는 것이라는 가치 판단이 숨어있다.

어떤 당사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사자가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폐와 정신적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 판단만을 퍼트리는 게 옳은 일일까? 자폐가 누군가에게 아픔과 절망을 주는 장애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다니는 게 과연 자폐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까?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러한 가치 판단 하에서 자폐인들은 자신이 남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생각하며 죄의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신의 자폐 특성을 최대한 숨겨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기 쉽다. 당연히 당사자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부정적인 자기상은 정신의학계에서 ‘인지 삼제(자신, 환경,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지)’라고 부르는 비합리적인 사고이다.

자폐인이 비장애인들이 퍼트리는 편견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계속 빠지게 된다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타인의 정신적 장애를 ‘아픔’으로 치환하는 것은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를 내포한다는 점이다.

정신적 장애인은 “아프니까 우리(비장애인)가 ‘돌봐주어야’ 한다”, “힘든 사람들이니까 ‘보듬어주어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비장애인들이 굳이 ‘돌봐주지’ 않아도 정신적 장애인과 그 가족은 당면한 일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도 아니다. 정신적 장애는 당사자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드는 장애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적 장애인과 그 가족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자신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사람이다.

검색창에 ‘자폐’와 ‘아픔’을 함께 검색하면 아직도 자폐를 부정적 수식어와 함부로 결부시키는 글들이 많다. 그에 비해 자폐를 아픔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이러한 생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자폐 당사자의 의견 자체가 묵살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실이 개탄스럽다. 자폐인 100명에게 당신의 장애가 아픔이냐고 묻는다면 얼마나 그렇다고 대답할까? 많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러한 질문을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무례하고 오만한 추측으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

자폐와 정신적 장애는 타인을 아프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장애는 그저 정신적 장애 특성일 뿐이다. 정신적 장애에 대한 부정적이고 시혜적인 가치 판단을 멈추고 중립적으로 바라보라.

정신적 장애인과 그 가족을 아프게 하는 건 정신적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편견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중립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폐와 정신적 장애, 신경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부심(pride)을 가져야 한다. 장애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장애인은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