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국민 투표 방식의 대통령선거가 이루어졌다. 이때 시각장애인의 점자 투표가 활발히 논의되었다.

점자 투표의 취지는 좋았으나, 개표 중 점자 투표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의 투표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문제에 부딪혀 점자 투표는 무산되었다. 그 후 점자 투표에 관한 실질적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보조 용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우선 투표 보조 용구에는 정당명과 기호, 후보자 이름이 나열되어 있어야 하는데, 정당명이 없거나 후보자 이름이 제대로 인쇄되어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많은 시각장애인이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을 넣었고 일부 개선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

지금 사용되는 보조 용구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투표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보조 용구에는 정당명, 후보자 이름이 적힌 곳에 사각형 홈이 파여 있다. 이를 통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칸에 도장을 찍는다. 여기에서 시각장애인은 또 다시 어려움에 직면한다.

시력이 없는 시각장애인은 본인이 찍은 번호가 몇 번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제대로 선택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점자 투표가 실시되어야만 한다.

물론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점자를 모르는 이가 많다. 점자를 모르는 이들은 기존의 보조 용구를 사용해 투표하면 되고, 점자를 아는 시각장애인들은 점자투표지를 통해 본인의 후보 선택에 대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표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선택에 대한 보안 역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영역이다.

전국의 시각장애인이 행사한 투표지를 개표할 때에는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표를 다시 일반 투표 용지에 받아 도장을 찍어 개표함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시각장애인도 정당하게 참정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가 민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 선거부터라도 이에 대한 부분을 활발히 논의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원활히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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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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