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 ⓒ이샛별

하루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에 우리는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아이는 한창 로봇 장난감에 푹 빠졌다.

아들의 입 모양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로봇 장난감은 하나 같이 영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한글 이름이 아닌 영어 이름은 마치 수수께끼 같았다.

아이는 노란색 로봇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아이의 입 모양은 “엄마는 이거 해. 나는 이거 할게.”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 후에 엄마는 악역을 하며 영웅이 된 아이의 로봇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이얍!” 엄마와 아이는 로봇 하나로 한바탕했다.

한창 싸우다가 아이의 로봇 팔이 내 검지 손가락을 스치더니 이내 피가 맺혔다. “아야!” 하며 내 검지 손가락을 보는데 다행히 피가 금방 멈췄다. “엄마? 아야했어?” 하며 내 검지 손가락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이의 눈동자가 아픈 건 둘째치고 귀여웠다.

“응, 엄마 손가락 호호 해줘. 그럼 안 아플것 같아.” 내 목소리에 곧바로 ‘호호’ 입바람을 불어 줬던 아이의 마음도 따스했다. 악역을 자처했던 내 로봇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싸움을 붙이려다가 영웅 로봇을 가지고 가던 아이가 다시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지켜 줄게.”라는 대사를 툭 던졌다. 그때 나는 말 그대로 심쿵했다. 어쩜 다섯살 짜리 아이가 저런 대사도 할 줄 아는구나. 몇 분동안 더 로봇 놀이를 이어가다가 아이는 다시 나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툭툭 치더니 현관을 가리키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로봇 싸움이 치열하게 시작되었다가 마무리는 훈훈하게 끝났다. 필자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도 아이의 마음은 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이도 엄마의 장애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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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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