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레타 장애인형'에서 제작된 인형들. ⓒNicoletta's Handicap Dolls

장애아동을 닮은 하나뿐인 인형을 제작하는 독일 기업 '니콜레타 장애인형'(Nicoletta’s Handicap Dolls). 이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니콜은 전직 의료보조원 출신이다.

그는 20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영양주입펌프를 통해 하루에 3시간씩 위관영양이 필요한 어린 아이였다.

니콜은 긴 튜브가 연결된 주입펌프를 유모차에 매달고 아이와 함께 매일 산책을 나갔다. 하지만 매번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사람들의 시선은 유모차에 달린 의료장치에 쏠렸어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동정과 연민으로 가득한 시선이었죠. 그 순간,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동정의 에너지를 보다 밝은 에너지로 변화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불끈 생겼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지 몇 날 며칠을 고심한 니콜은 재봉질을 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무작정 재봉틀 앞에 앉았다. 왼손잡이라 바느질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평소 바느질에 관심조차 없었던 그는 무작정 재봉질을 연습했다.

몇 달 간의 연습 후 니콜은 이른바 'PEG 가방 세트'를 완성했다. 생동감 넘치는 색과 무늬가 있는 천으로 주입펌프와 튜브를 감싸고 영양액을 보관하는 주머니를 제작한 것이다.

또한 아이의 옷을 직접 만들었다. 위관영양이 보다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일반적으로 상하의가 하나로 연결된 유아 옷에 가운데를 트고 단추를 달아서 쉽게 여닫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했다.

"이렇게 완성된 모습으로 산책을 나가니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어요. 물론 사람들은 주입펌프를 쳐다보긴 했지만, 더이상 동정의 눈빛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니콜은 PEG 가방 세트와 아이 옷으로 2018년 DORTEX Design Award라는 섬유디자인 시상식에서 '혁신적 창작상'을 수여하고, 상금1500유로(약 2백만원)로 전문가용 재봉틀을 구입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장애가 있는 인형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니콜이 인형을 제작하는 단계. ⓒNicoletta's Handicap Dolls

"시중에는 휠체어를 탄 바비인형, 다리 깁스를 한 플레이모빌 피규어 정도가 전부였죠. 장난감 가게의 인형들은 결점이 없고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장애아동의 개별 특성을 반영한 인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저는 여기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결점이 있고 완벽하지 않은 인형, 아동의 모습을 반영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형을 창조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니콜은 150개 이상의 인형을 제작했다. 팔다리 보조기를 착용한 인형, 위관을 삽입한 인형, 상체에 수술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인형, 휠체어를 탄 인형, 세상의 빛을 바라보지 못한 채 별이 되어버린 태아 인형 등등, 니콜은 매우 다채로운 사연을 바탕으로 당사자 아동의 모습을 정교하게 묘사해낸다.

하지만 니콜이 인형을 제작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형에 적합한 사이즈의 의료용품이나 보조기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니어처 휠체어는 독일에서 오직 한 곳에서만 구입 가능한데 늘 매진 상태라고 한다. 팔다리 보조기 경우 보조기 전문 생산공장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안경점에서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 아동용 안경을 활용하고, 기간절개관 튜브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새 제품을 인형 제작에 활용한다.

니콜의 목표는 구하기 힘든 미니어처 휠체어나 보행보조기 등을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하는 것이다.

니콜과 그녀가 만든 인형들. ⓒSahnefoto Wolfsburg

니콜은 자신의 인형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적극 활용되어 모든 아동이 장애라는 테마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장난감 제조업체들이 장애 인형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와 협력하여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인형을 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니콜의 인형은 지금껏 수많은 장애아동과 가족들에게 즐거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선사했다.

아동은 인형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숨겨두었던 고민과 감정을 쉽게 털어 놓았다. 이로써 가족과 주변사람들은 아동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동과 비로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처럼 시중에 장난감이 넘쳐나지만 장애인을 묘사하는 장난감은 여전히 드문 세상에서 니콜의 인형은 울림이 크다. 니콜은 말한다.

"저는 니콜레타 장애인형을 통해 세상에는 결점이 없는 사람이 없고, 장애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자 삶을 다양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