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장애계도 ‘선진사례분석’이라는 명목으로 해외 사례가 적힌 영문 문서를 번역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좋기는 한데, 문제는 그 영어 적는 방식에서는 한국어로 해석할 때 가끔 충돌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라는 큰 틀에서 해석이 달라지는 지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해석은 미국식 영어의 해석을 따르는 편입니다. 문제는 한 단어는 은근히 미국식 영어 때문에 잘못 번역되는 현상이 있는 것입니다. 바로 영어 표현인 ‘Learning Disability’입니다.

영국식 영영사전인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에 정의되어있는 Learning Disability의 실제 내용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온라인판 갈무리

한국인들이 해석하는 ‘Learning Disability’는 대부분 ‘학습장애’라고 번역하는데, 이것은 미국식 영어 번역 과정에서 이렇게 해석합니다. 반대로, 영국식 영어에서는 이것을 부분적으로 ‘발달장애’ 또는 ‘지적장애’라고 해석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영국식 영어에서 말하는 ‘학습장애’는 ‘Learning Difficulties’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장애청년드림팀 연수차 영국에 갔을 때, 한국 사정을 브리핑하는 문건에 “지적장애라고 적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Learning Disability’로 번역하여 표기해달라”고 지적했을 정도입니다.

가끔 이러한 영어 문서의 맥락 차이 때문에 국내에 번역된 영국식 영어로 적힌 발달장애 관련 영어 문서 번역에 가끔 “학습장애는….” 등의 표현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원래대로 번역했다면 “발달장애(또는 지적장애)는….”이라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물론 미국식 영어를 번역한 것이라면 “학습장애는….”이라고 번역했어야 맞겠지만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용어 차이 때문에 발달장애 관련 문서에서 갑자기 ‘학습장애’라고 튀어나오는 번역 문서가 나오지 않도록 발달장애계에서 많은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 문서의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그 출처가 어떤 방식의 영어를 사용했는지를 추측하여 미국식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지, 영국식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구분하여 정확한 번역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과 별개로, 사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는 차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학습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가끔 영어 학습 자료로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에 대한 간단한 주의사항 등을 지적하는 자료가 등장하는 사례도 왕왕 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어학원이라면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를 집중 강의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일 것입니다.

제가 장애청년드림팀 연수차 영국에 갔을 때 간단한 영국식 영어 표현 몇 가지를 써서 가져갔고, 나중에 이를 계기로 어차피 영어를 대사관 직영 어학원에서 배울 수 있다는 명분으로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에 등록해서 영어, 특히 영국식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직장 사정상 중지하였지만, 사정이 나아지면 즉시 복귀, 즉 재등록할 계획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미국식 영어로 교육이 많이 이뤄지다 보니, 영국식 영어를 쓰는 권역 문서 번역에서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점은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장기적으로 ‘장애 관련 표준 영어 해석 및 번역 사전’을 만들어서 한국 장애계에서 사용하는 표준 용어에 맞는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영어 문서를 일방적으로 미국식 영어로 해석하는 것의 근원은 한국에서 미국식 영어로 교육하는 점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 완화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 세계 공식이 아직 남아있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초창기판본인 유럽 편 6권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한국사회에 충격을 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해당 서술에서도 주의하라고 지적했었던 미국 = 서양/세계 공식이 공공연하게 있었던 한국인, 특히 한국 어린이·청소년에게 유럽(주: 당시에는 냉전 시대였으므로 동유럽의 존재를 거론할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확히 말해 서유럽)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일깨운 부분도 적지 않게 있을 정도입니다. 이 시점이 1980년대의 일이었으니 그 충격은 더했을 것입니다.

요즘은 미디어의 발달로 이러한 충격은 완화되고 한국사회도 발전하면서 출간 당시에 한국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문제였던 사회보장제도 등 서유럽 사회 개론이 조금 들어갔던 서술 중심이 지금은 주로 해당 국가 역사 개론으로 서술 중심이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문제로 세계와의 교류가 많이 끊어져서 아쉬운 감이 있지만, 코로나19 진정 이후에 한국 장애계도 세계와의 교류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장애계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회의 일부이니 한국사회 특유의 ‘미국 = 세계’ 공식에 갇혀있는 부분도 살짝 있지만, 최근 해외여행의 발달과 인터넷의 존재는 이러한 인식을 깨부수는 데 도움이 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의 최근의 동향은 한국이 아시아 권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선진 아시아 국가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아시아 권역에서의 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 권역에서 한국 사례를 참조하거나 연구하는 사례도 조금 있다고 하니 앞으로 아시아 장애계에서 한국이 주도할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즉, 한국이 앞으로 아시아 장애계를 선도해나가야 하는 점도 살짝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책적·투쟁 방향이 앞으로 아시아 장애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유형의 문제이지만 동남아시아권의 한류 열풍이 상당히 커서 한류 드라마 출연자의 SNS에 동남아시아권 언어로 본의 아닌 악성 댓글이 달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단지 악역으로 출연해 연기에 충실했을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런 일까지 벌어질 정도이면 한국이 아시아 사회의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작은 영어 번역 하나에서 생각해본 한국 장애계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 좁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 지루한 코로나19 위기가 해결되고 저도 해외여행도 실컷 가고 한국 장애계도 국제교류가 활발해져서 세계가 하나를 향해 다같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지만, 그 이후 우리는 닫혔던 세계를 다시 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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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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