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위탁기관에선 장애인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매년 시각장애인 안마사 경로당 파견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 안마사 자격증을 소지한 시각장애인이 경로당 노인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식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되는 사업으로 시·군·구 또는 시·군·구가 지정한 위탁기관에서 주로 사업 전년도 11월~12월경에 모집공고를 통해 참여자를 모집한다.

경로당 파견사업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4대 보험을 포함해 1~11월엔 1,199,960원 12월엔 1,126,680원의 급여를 받는다. 4대 보험을 제외하면 개인마다 조금씩 편차는 있겠으나 백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는 셈이다.

지역별로 채용 인원이 달라 차이는 있지만, 경로당 파견사업에 지원하는 시각 장애인은 많다고 한다. 내 주변만 해도 사업 참여를 희망했지만 선정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로동에 사는 성철기(65세, 남) 씨는 새해를 앞둔 지금,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는 운 좋게 경로당 파견사업에 참여해서 생활비를 벌었지만, 내년에도 가능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안마업이 쇠퇴하면서 비교적 연령대가 낮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 역시 경로당 파견사업으로 몰리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한다. 연령대가 높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성 씨는 "젊은 안마사들이 얼마 안 되는 일자리마저 가져가니 우리 노인들은 도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경로당 파견사업에 참여해서 받는 돈은 한 달에 백만 원 남짓. 이 돈으로 충분히 생활하기엔 부족하다. 거기다 경쟁까지 치열해 안마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노인 안마사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비장애인 노인의 경우 장애인보다 다양한 선택지의 일자리가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그렇지 않다. 얼마 안 되는 안마업 일자리를 놓고 젊은 층과 노령층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경쟁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경로당 파견사업은 미취업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노인층에 건강과 기쁨을 주기 위한 사업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내년부터라도 경로당 파견 사업 일자리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노령층 시각장애인들이 안마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연세가 드시고 몸이 아픈 비장애인 노인들이 더 폭넓게 안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내년부터라도 성 씨처럼, 경로당 안마를 구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없어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